2020년 12월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으나 부수법안으로 지방자치법과 함께 발의되었던 중앙지방협력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아직 통과되지 못한 상태이다. 2022년 1월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 시행되는 만큼 중앙지방협력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역시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 중앙지방협력회의에 대한 취지와 주요내용을 살펴보고 어떤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할지 알아보자.
김수연 /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분권제도연구부장
2020년 12월 9일, 실질적으로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국회를 통과한 「지방자치법」에는 자치와 분권에 관한 획기적이고, 의미있는 조항들이 다수 포함되었다. 예를 들면 주민투표에 의해 기관구성 형태를 달리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제4조, 국가와지방자치단체 간 사무배분에 있어서 주민과 가까운 시군구-시도-국가 순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보충성의 원칙과 중복배제 및 포괄배분 원칙 등을 규정한 제11조, 지방재정조정제도를 명시한 제136조, 지방의 국제교류‧협력을 규정한 제10장의 신설,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광역적으로 사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제12장 제199조 이하 제211조까지의 규정이 그것이다.
특히 제186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력을 도모하고 지방자치 발전과 지역 간 균형발전에 관련되는 중요 정책을 심의하기 위하여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관해서 구성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지방자치법은 국회를 통과하였지만, 부수법률안으로서 지방자치법과 같이 발의되었던 중앙지방협력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2022년 1월 13일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 시행되는 시점을 고려할 때, 중앙지방협력회의도 때를 맞추어 시행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속히 국회에서 법안을 심의‧제정하여야 한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중앙‧지방 간 협력 강화를 위해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의장직을 수행하고, 국무총리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행정의 책임자인 시‧도지사 및 지방4대협의체의 장이 함께 참여하는 정례 회의체를 의미한다. 이 회의체에서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과 관련되는 주요 정책을 심의하고, 중앙-지방 간 상호 이해와 협력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지난 2020년 7월 3일에 발의한 중앙지방협력회의법안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중앙지방협력회의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 주요내용
- (기능) 국가와 지자체 간 협력, 권한·사무 배분, 지역 간 균형발전, 지방재정·세제 등 지방자치와 균형발전 관련 주요 정책 심의
- (구성)대통령(의장), 국무총리 및 시·도지사협의회장(공동부의장), 시·도지사(전원), 기재·교육·행안부장관, 국조실장, 법제처장, 시·군·구청장협의회장, 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 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장
- (실효성 확보) 회의결과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존중 의무 명시, 중앙부처와 지자체는 차기회의에 조치결과·이행계획 보고
- (실무지원) 안건 사전협의와 회의 운영지원을 위해 실무협의회* 운영근거 규정 (공동위원장)행안부장관, 시·도지사협의회장이 지명하는 1인, (구성원)기재·교육·행안부차관, 국조실·법제처차장, 시·도부단체장, 지방3대협의체장이 지명하는 1인 등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서 국민주권적 개헌을 내세웠고, 2018년 3월 정부의 개헌안을 발의하였다. 개헌안 제3절(국무회의와 국가자치분권회의) 제97조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협력을 추진하고 지방자치와 지역 간 균형발전에 관련되는 중요정책을 심의하기 위하여 국가자치분권회의를 두고, 대통령(의장), 국무총리(부의장), 법률로 정하는 국무위원과 지방행정부의 장을 구성원으로 명시하였다. 이러한 개헌안의 취지는 미래발전을 위해 과거 중앙집권적 국가운영방식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이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이 지향성을 구현하는 제도이자 시스템으로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상호 협의하고 협력하는 회의체를 구성하고자 한 것이었다.
‘중앙‧지방 협력회의’라는 용어는 제19대 국회에서 이철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앙‧지방협력회의 설치에 관한 법률안」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이 법안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수직적‧종속적 상하관계가 아니라 수평적‧협력적 관계로서 지방과 관련된 중요한 정책의 결정과정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상호 협력할 수 있도록 대통령 소속으로 회의체를 설치하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그 회의체의 이름을 ‘중앙‧지방 협력회의’로 명명한 것이었다.
따라서 중앙지방협력회의 설치는 입법부인 국회에 지역대표형 상원을 설치하여 지방의 의견을 반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함과 같은 의미에서 집행부 내부에서 지방의 의견을 중앙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반영하는 시스템으로서의 회의체를 만드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협력회의의 설치는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선거 공약이자 국정과제임과 동시에, 2012년 이후부터는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상징적인 제도로 논의되어 왔다.
중앙지방협력회의가 법률에 의해 구성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운영될 수 있기 위해서는 사무국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협의회의의 실무지원을 위해 실무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 실무협의회도 중앙부처 차관 및 시‧도 부단체장을 주된 구성원으로 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안건을 검토하고 상호 의견을 조정하는 사무국 내지 추진단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관해 구상해 보자면, 협력회의의 공동 부의장인 국무총리 또는 실무협의회의 공동위원장 역할을 하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시‧도지사협의회장 등 이들 산하에 조직을 구성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무조정실이나 행정안전부 내부 또는 시도지사협의회 내부에 지원 조직을 구성할 수도 있고, 외부에 별도 조직을 구성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국가와 지방의 협의의 장’에 관한 사무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협의체 내의 각 ‘지방분권개혁추진본부’를 중심으로 하고, 특히 지방에서는 전국지사회에서 이를 전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각 담당 기관에 지방조직에도 중앙부처인 총무성에서 파견된 관료가 있고, 중앙조직에도 지방관료 출신이나 지방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참고로 한다면 사무기구의 소속을 중앙부처인 행정안전부 내에 두는 경우에도 그 조직구성과 운영에 있어서는 협력회의 설치의 취지를 고려하여 지방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지방을 대표하거나 연결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방공무원 또는 지방4대협의체의 구성원을 파견하여 중앙-지방 간 상호 소통하고 협의할 수 있는 조직으로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협치’란 지역사회에서부터 국제사회에 이르기까지 여러 공공 조직의 업무를 관리하기 위하여 정치·경제·행정적 권한을 행사하는 국정 관리 체계 및 행정 서비스 공급 체계의 복합적 기능에 중점을 두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그동안의 ‘협치’는 중앙정부 상호간 또는 지방정부 상호간에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정책의 집행에 있어서 그것이 국가정책이든 지방정책이든 대부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협력과 협조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부분의 정책은 지역주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이고, 지방정부의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유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상호 협력의 결과에 따라서 정책의 성공여부가 결정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지방 관련 정책을 협의하여 결정할 수 있는 공식적인 정책협의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주재하는 전국 시‧도의 행정부시장‧부지사의 회의체인 ‘중앙‧지방자치단체 정책협의체’는 상호 쌍방향성이 아닌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의 협조를 구하는 일방향성이 강하다.
국가운영시스템을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상시적인 협력채널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제도적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수단은 간헐적이고 형식적인 간담회가 아닌 실질적인 협력체계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상호 협력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본다. 이에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제도화를 통해서 새로운 협치의 모델을 세우고, 국가 통치구조와 운영시스템의 중요한 변화를 맞이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