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외교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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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의 필요성과 방향

작성자관리자 작성일2012-06-18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의 필요성과 방향


김수연(정책연구실 책임연구위원)


헌법 개정에 대하여 2007년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임기조항 개정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한 이래로, 정계 및 학계의 관심이 고조와 저조를 반복하다가 최근 이재오 의원의 개헌 추진 발언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의 논의들은 대부분 권력구조, 특히 대통령의 임기 및 분권형 대통령제의 구현을 위한 정부형태의 논의에 집중되어 있는 한계를 보이고 있고, 지방자치제의 개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상태이다.


현행 헌법은 인권 보장의 측면에서는 외국의 우수한 입법례를 본받아 선진적인 기본권 보장 체계를 갖추고 있으나(물론 이에 대해서 이견은 있을 수 있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측면에서는 상당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의 본질에 관해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방자치 보장의 강화를 위한 입법적 시도의 가능한 범위, 즉 최소․최대치의 한계에 대하여 일정한 기준 역할을 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판례와 학설 등의 견해를 종합하면, 지방자치의 공통적 요소로서 ‘일정한 지역’, ‘해당 지역의 주민’, ‘자치사무의 존재’, ‘주민의사에 기한 자치기구의 구성’, ‘자기 책임성’, ‘독립성’ 등을 추출할 수 있다. 이러한 지방자치제도의 개념구성요소를 살펴보면, 단순히 형식적으로 일정한 지역과 주민, 사무의 존재, 혹은 자치기구의 존재만으로 지방자치가 실현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의사에 기한 자치기구 구성과 자기책임성, 독립성 등의 요소를 요구함으로써 실질적 지방자치의 구현을 그 개념요소 안에 포섭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 헌법에서 전문과 부칙을 제외한 130개 조항 중 지방자치와 직접 관련된 조항은 제117조와 제118조 단 두 조항뿐이다. 헌법의 두 조항이 지방자치의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지 않고 지방자치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의 형성을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 또는 유보하고 있어, 위와 같은 실질적 지방자치의 요소를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사무배분과 관련하여 헌법 제117조는 ‘주민의 복리에 대한’ 사무를 지방자치단체의 수행권한에 맡기고 있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사무배분에 관한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내용이 실질적인 기준의 역할을 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인지 국가의 사무인지를 법률 규정에 의존하여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법 제9조 제2항에 의해 타 개별법이 우선하므로 사실상 국가의 개별법령에 의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범위의 축소가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범위가 좌우되지 않고 일정한 헌법적 기준 하에 운영되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헌법 제117조 제1항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입법권이 “법령의 범위 안에서” 행사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지방자치권의 행사범위를 한정하여 국가의 법령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만 지방자치권이 인정된다. 전통적인 견해에 따를 때 조례에 대한 법령 우위의 원칙이 인정되며, 법령우위의 원칙에 대한 한계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국가가 법령으로 지방자치와 관련된 사항을 직접 규율하는 것이 가능하다. 국가 법령이 먼저 입법되는 경우 자치입법권은 자치사무에 관하여서도 이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규율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자치사무에 대한 국가법령의 선점이 과도하게 일어나는 경우 자치입법권이 사실상 형해화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현행 헌법 제117조 제2항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를 법률에 위임함으로써, 지방조직을 지방자치단체로 구성한다는 원칙을 폐지하지 않는 한,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에 대하여 정치적 고려에 의하여 얼마든지 달리 결정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헌법은 분명히 개정될 필요성이 있다. 헌법의 최고 규범성 및 실질적 규범력의 회복을 위해서는 지방자치의 현대적 의의 및 기능과 관련한 사회변화에 상응하는 헌법이 요청된다. 현대사회에서 중시되는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지방자치제의 확립은 제공되는 공공재의 종류와 정도가 지역주민의 취향에 더 잘 부합하는 방향으로 정해질 수 있도록 기능한다. 지방분권적 국가운영체제 하에서 자율성을 확보한 지방정부는 보다 강한 예산제약조건 하에서 효율적 자원배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헌법으로부터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실하게 보장받는 경우, 행정책임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으로 이전하여 중앙정부에 가해지는 정치적 압력을 감소시킬 수 있고, 행정분야에도 시장규율과 경쟁질서를 확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며, 동시에 정책실험의 장, 정책학습의 장을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오늘날 현대사회는 국제적 환경변화에 능동적이고 유연한 대응체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가운영 시스템은 수직적인 권력구조, 중앙집권적 정부형태 유지를 특징으로 하여 유연성 부족으로 인해 환경변화에 대한 대처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이에 대한 예로서,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은 WEF순위(133개국) 2008년 13위, 2009년 19위, 2010년 22위, 2011년 24위(142개국)로 급격히 하락 추세에 있다. 더 이상 중앙집권적인 구조 하에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려우며, 선진 각국의 권력구조가 지방정부의 정책참여를 기반으로 분권화되어 가는 추세에 있음을 주목하고 이러한 흐름을 헌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통일한국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헌법의 개정은 필요하다. 남한과 북한이 60년이 넘게 매우 이질적인 정치체제하에서 기본적인 생활문제의 해결방식을 달리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나의 획일적인 정치질서로는 통일의 충격을 흡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전체로서 국가의 동질성을 유지하면서도 지역문제에 관한 정책결정권과 정치적 결과에 대한 위험을 분담하는 국가구조의 도입과 지역마다 지역문제를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독자적인 정치적 리더십을 형성할 수 있는 열린 지방정치체제가 남한과 북한에 각각 병존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일이 일방의 예정된 시간적인 계획에 따라 진행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정치적인 상황변화에 따라 예측치 못한 시점에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통일을 대비한 지방자치제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방자치제에 대한 개헌은 지방자치제가 근대 헌법의 양대 지주인 민주주의와 권력분립원리의 구체적 실현형태라는 것을 인식하는데서 출발하여야 한다. 지방자치제가 중앙집권에 의한 타율행정과 수동적 행정에 대한 항의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과 중앙정부의 통치권행사에 대한 견제적 기능을 갖는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제는 권력분립원리의 구체적 실현 형태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제에 관한 헌법 개정은 국가통치기구의 전면적 재편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하고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역할의 효율적 분배, 정부의 정책결정과 국회의 입법과정에 지방정부의 참여 보장, 지방의 자주재정권의 확보, 지방의 일은 지방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하도록 보장하는 보충성의 원리가 구현되는 지방분권형 헌법으로의 개정이어야 함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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