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경제정책과 복지정책을 논할 때도 ‘고령화 대응 방안’은 빠지지 않는 주제로 자리하고 있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높은 의학기술과 생활수준으로 기대 수명은 증가하고 있으나 출산율은 감소하면서 고령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더불어 지방의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고향을 떠나 이동하는 현재, 지방의 초고령사회1)는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이런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경고등은 여러 곳에서 켜지고 있는 반면에 구체적인 대비책 마련은 아직 시원치 못한 경향이 있다.
이제는 실질적인 대응을 추진해 나가야하며, 그러기위해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
윤태웅 /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자치행정연구부장
2021년 2월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2020년 출생아 수가 272,400명인 반면 사망자 수는 305,100명으로 나타남에 따라, 1970년 인구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초로 인구 자연감소(-32,700명) 현상이 발생되었다. 통계청에서는 “계속되는 저출산으로 출생아 수가 줄어들고 고령화로 사망자 수가 증가하면서 인구 자연감소가 처음 발생하였고,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혼인이 많이 감소하면서 출생아 수는 좀더 감소할 여지가 있는 만큼 인구 자연감소 추세가 좀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파이낸셜뉴스, 2021년 2월 24일자). 이에 앞서, 2019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인구감소 추세 등으로 인하여 2021년 이후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00개 이상의 기초자치단체들이 지방소멸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또한 만 65세 이상의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하였고,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불과 5년 후인 2026년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 시절부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운영하며, 5년 단위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 및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약 225조원의 정부예산이 투입되었음에도 정부가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으며, 최근 다수 지방자치단체들의 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중앙정부가 주도하여 국가와 국민 전체에 대한 저출산‧고령화 대응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면, 이제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상호 협력하여 지역과 주민의 관점에서 실질적인 대응을 추진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에서는 2019년 10월 ‘지방 4대 협의체장 간담회’를 서울에서 개최하고, 지방소멸위기의 대응 및 극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지역의 생존과 안정을 요구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지방 4대 협의체 실무자 회의, 정책세미나, 법제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수차례 개최하였고, 2020년 6월 1일 ‘지방소멸위기지역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의 초안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지방소멸위기가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지방자치단체의 대응권한 부족, 지역 간 불균형, 농‧어촌 지역의 인구유출 심화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되는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지방 4대 협의체에서는 종합적인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연대‧협력체계 구축방안을 모색하였다. 그 결과 2020년 6월 29일 대통령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자치분권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등 4대 정부위원회와 지방 4대 협의체의 대표들이 모여 ‘저출산‧고령화와 지방소멸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하였다.
공동협약서의 주요 내용은 4대 정부위원회와 지방 4대 협의체 간 ①지방소멸위기 대응‧극복을 위한 공동과제 발굴‧연구, 정책개발, 제도개선, 학술‧연구행사 공동추진 ②저출산‧고령화 대응, 자치분권 및 재정분권 확대, 국가균형발전, 사람과 환경 중심의 농정 틀 전환 등의 국가적 사업 추진과 해당 사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선도적 추진 노력 ③지방 4대 협의체 대표자 등의 4대 정부위원회 참여, 지방의견 공동수렴, 공동워크숍 개최 등 소통협력 채널 구축이며, 원활한 협력을 위해 참여기관 간 실무협의회를 구성하고 정기 개최하기로 하였다.
현재는 4대 정부위원회와 지방 4대 협의체의 실무자가 참여한 실무협의회가 6차례 개최되었다. 또한 지방 4대 협의체가 기존에 마련하였던 ‘지방소멸위기지역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초안에 대한 4대 정부위원회의 검토의견을 추가 및 종합하여 특별법(안)의 내용을 확정하였다.
이상의 과정을 거쳐 지방 4대 협의체 및 4대 정부위원회가 마련한 ‘지방소멸위기지역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소멸위기지역의 경제·사회·교육·문화 등에 대한 공공의 역할과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 및 지역 간 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둘째, 행정안전부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5년마다 지방소멸위기지역 지원기본계획안을 작성하여 인구감소지역 지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의결로써 확정한 후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셋째,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에 관한 사항, 지방소멸위기지역 지원의 기본방향과 관련 정책의 조정에 관한 사항, 지방소멸위기지역의 지정 및 지정 해제 또는 변경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국무총리 및 민간전문가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지방소멸위기지역 지원위원회’를 두고, 지방소멸위기지역 지원위원회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위원회 소속으로 ‘지방소멸위기지역 지원기획단’을 둔다.
넷째,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기본계획에 따라 소관별로 연도별 시행계획을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제출하고, 행정안전부장관은 이를 종합하여 지방소멸위기지역 지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한 후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다섯째,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인구가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특별자치시, 특별자치도, 시·군·구의 발전을 위하여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지방소멸위기지역의 지정을 신청할 수 있고,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발전계획을 수립하여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하며, 의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여섯째, 행정안전부장관은 지방소멸위기지역 지정의 신청을 받은 때는 지방소멸위기지역 지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방소멸위기지역을 지정하며, 필요한 경우 도시 지역과 농·어촌 지역을 구분하여 지정할 수 있다.
일곱째, 행정안전부장관은 지방소멸위기지역에 대해 지원 또는 개발사업의 완료 등으로 지정 목적을 달성하거나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방소멸위기지역의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
여덟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사회기반시설, 노후 주택개량, 교육·복지·문화·의료·관광시설, 농림·해양·수산업, 지역 고용창출 및 고용촉진 등 지원할 수 있다.
아홉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개발사업의 시행자에게 필요한 자금을 보조·융자 또는 알선할 수 있고, 주민의 경제적 부담 경감 등을 위하여 조세감면 등 세제상의 지원을 할 수 있으며, 개발사업의 시행자에게 필요한 자금을 보조·융자할 수 있다.
열 번째, 지방소멸위기지역의 행정, 재정운영 및 국가의 지도·감독에 대해서는 그 특성을 고려하여 관계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특례를 둘 수 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를 비롯한 지방 4대 협의체에서는 실무적 검토를 마친 ‘지방소멸위기지역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한 각 대표자 및 회원 지방자치단체‧지방의회 보고를 최종 마무리한 다음, 평소 자치분권 및 지방소멸위기 대응에 관심이 많고 의지가 강한 비수도권 지역구의 국회의원을 섭외하여 2021년 3월까지 국회 입법발의를 완료할 예정이다. 또한 2020년 12월 14일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지방소멸대응 T/F’에서 3월 이후 지방소멸위기 대응을 위한 입법과제 및 정책대안을 마련할 예정인 바, T/F의 공동위원장(송재호 국회의원 및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한 소속 국회의원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무엇보다 지방소멸위기 대응에 관한 사항은 국회 여‧야 간 정쟁이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 및 마찰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중앙정부의 4대 정부위원회와 지방 4대 협의체가 함께 마련한 이번 ‘지방소멸위기지역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위해, 지방 4대 협의체장 공동성명서 발표 및 국회 방문건의 등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 각종 토론회 및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정치권뿐만 아니라 학계, 시민사회 등의 관심과 협조를 적극 당부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참여정부 이후 우리나라의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근본 원인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범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존재하겠으나, 그동안 중앙정부의 국가정책 중심으로 추진되다 보니 실제 지역 현장의 이해당사자인 지방정부와 충분한 연계‧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즉,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기를 경험 중인 지방정부가 자기 지역의 상황을 고려하여 개발한 자구지책이 지역의 ‘특수성’과 ‘창의성’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가 지방정부간 빈부격차, 과다경쟁, 정책갈등 등을 이유로 국가 전체의 ‘보편성’에 매몰시킴으로써 당해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크게 약화시키거나 정책개발의 의욕 자체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는 이러한 인식 하에, 작금의 지방소멸위기에 대한 보다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극복방안으로서 범국가적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구축 및 정비하고, 정부간 관계 측면에서 지방정부가 정책을 주도하고 중앙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하는 내용의 ‘지방소멸위기지역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지방 4대 협의체 및 4대 정부위원회와 함께 마련하였다. 따라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이번 법안의 제정을 위한 입법 노력을 적극 추진함은 물론, 지방정부의 적실성 있는 지역정책과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잘 맞추어 추진될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지원자이자 중앙정부의 조력자로서 중앙-지방 정책의 가교 역할을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으로서 지방소멸위기 극복 관련 중앙-지방 소통채널로서 역할 강화(지방 4대 협의체장 및 4대 정부위원장 간담회 정례화 및 정책협의 등), 지방정부의 중앙정부 정책과정에 대한 참여 확대(정부위원회 참여 범위 확대 등), 중앙-지방 협력 활성화(각종 홍보‧캠페인 활동 공동전개 등) 등을 주도해 나가고자 한다.
1) 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을 후기고령사회(post-aged society) 혹은 초고령사회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