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75번은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이다. 그리고 2018년 10월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1단계 재정분권은 2019년 말에 법제가 정비되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시행이 계획되었던 2단계 재정분권은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9월 자치분권위원회는 2단계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마련하였지만,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다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과제 75번과 「재정분권 추진방안」은 2단계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마련하는 근거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또한 자치분권위원회가 마련한 추진방안을 재정분권과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최소 수준임을 인정하고, 지방의 참여에 기반을 둔 2단계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방세법 등 수많은 관련 법령을 정비하여 2022년부터는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
박관규 /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
정부는 국정과제 75번인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과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발표하였고, 이에 따라 2019년 말에 법제가 정비되어 1단계 재정분권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2021년부터 시행이 계획되었던 2단계 재정분권은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국정과제 75번은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의 세입구조를 개선하고, 주민참여예산제 확대 등을 통해 지방재정의 건전성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시한 주요 과제 5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단기적으로 국세-지방세 비율을 7:3을 거쳐 장기적으로 6:4 수준까지 개선’, 둘째, ‘지자체 간 재정 격차 완화 및 균형발전 추진’, 셋째, ‘지방세 및 지방세외수입 체납징수율 제고, 예산낭비사업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추진’, 넷째, ‘고향사랑기부제법(가칭) 제정을 통한 지방재정 보완 및 지역경제 활성화’, 다섯째, ‘지자체 핵심 정책·사업까지 주민참여예산제 확대를 통해 주민에 의한 자율통제 강화’가 그것이다(국정기획자문위원회, 2017). 이 중에서 국세-지방세 비율을 7:3으로 개선하는 내용이 재정분권의 핵심으로 볼 수 있다.
2018년 10월의 「재정분권 추진방안」은 2단계 재정분권(’21-’22년)을 관계부처, 지자체, 시ㆍ도교육청, 전문가 등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19년 중에 방안을 마련하고, ’21년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방세 확충을 위한 방안으로는 ‘국세-지방세 구조(지방분권세 등 포함) 또는 지방재정조정제도 개편 추진’과 ‘추가적인 지방세수 확충(지방소득세, 교육세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것임을 명시하였다(관계부처합동, 2018).
국세의 지방세 이양을 통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하여 단기적으로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 7:3을 이루는 것이 핵심 과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중앙부처의 미온적이고 논리성이 부족한 자세로 인하여 국정과제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2021년은 국정과제를 이행할 마지막 해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일부 법제의 개편이 완료되었고, 후속 입법이 추진 중에 있다.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국정과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재정분권 과제이다. 2021년에는 2단계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마련하고 법제를 정비하여 2022년에는 반드시 시행하여야 한다.
[표 1] 국정과제 75번(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 주요 내용
국세·지방세 구조개선
지방소비세 비중 확대
지방소득세 규모 확대
국가ㆍ지방간 기능 재조정
지방세 신세원 발굴
지방세 비과세ㆍ감면율 15% 수준 관리
이전재원 조정 및 재정균형 달성
지방교부세율 상향
지역상생발전기금 확대
국고보조사업 정비
지방재정의 건전성 강화
체납징수율 제고
지방세외수입 업무시스템 통합
예산낭비신고센터 및 국민감시단 활성화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고향사랑기부제법 제정
기부금 모집ㆍ활용 제도개선
주민참여예산제 확대
주민참여예산제 확대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마련하는 주관기관이다. 자치분권위원회는 2019년 9월부터 2단계 재정분권 T/F를 구성하여 운영하였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및 교육부를 비롯한 관계부처 그리고 이들과 지방자치단체가 추천한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T/F는 약 10개월 동안 논의를 통해 2단계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마련하여 자치분권위원회 본회의에 보고하고, 그 결과를 최고정책결정자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치분권위원회가 마련한 2단계 재정분권 방안은 2020년 정기국회와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논의되었고, 일부 국회의원들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재정분권 T/F는 여러 가지 대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8년 10월의 「재정분권 추진방안」에서 언급된 지방분권세, 지방소득세 및 교육세 등을 통한 지방세 확충방안이 논의되었고, 각 방안이 지닌 국세의 지방이양 효과, 지방세입 확충 효과 및 지방정부 간 세입격차 등을 고려하였다. 그리고 지방소비세를 비롯한 다른 세목의 지방이양을 통한 지방세 확충 방안도 논의되었다.
또한 재정분권 T/F를 구성하는 기관이나 전문가들은 지방재정 확충 또는 국세의 지방세 이양에 상응하는 중앙사무의 지방이양을 중심으로 끊임없는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를 들어 현행 조세제도에 존재하지 않는 「지방분권세」를 주장하는 그룹은 내국세의 일정률을 재원으로 하는 지방교부세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단순한 명칭 변경을 통해 지방세로 변경하는 방안을 주장한 것이다. 이는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이라는 국정과제의 기본 정신에 어긋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현행 77:23 정도의 국세-지방세 비중을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지방정부의 일반재정이나 교육재정의 부족액을 충당하기 위한 지방교부세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명칭만 바꾸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 것이다.
지방소득세 규모의 확대를 통한 방안도 많이 논의되었다. 지방소득세는 법인세입과 소득세입의 10%를 재원으로 시작하였고, 현재는 독립세이다. 기술적으로는 국세 몫을 줄이지 않고 지방소득세율을 인상하여 지방세입의 비중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방소득세율의 인상은 납세자의 납세부담 중립을 지킬 수 없는 대안이다. 국정과제에서 명시한 ‘지방소득세 규모의 확대’는 국세 몫의 축소를 통해 지방세입을 늘리는 것을 고려한 것이지 국민들의 조세부담 증가를 인정하는 방안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지역 간 재정격차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깊이 논의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사회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할 때 지방세입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지역 간 세입격차를 유발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그리고 대도시와 농어촌 지역은 세입기반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조세수입의 격차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정부들은 지역 주민에게 필수적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이러한 필수적 행정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재정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재정조정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지방교부세는 중앙과 지방 사이에서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적 기제이며, 시·도와 시·군·구 사이에서는 조정교부금이 이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공공서비스에 대한 지역주민의 수요가 증가하고, 지역의 현안들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세입과 세출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
그리고 국세 감소와 지방세 확대에 따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중앙기능의 지방이양이 논의되었다. 즉 국고보조금의 조정 방안이 논의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사회복지 재정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중앙과 지방의 합리적 역할 분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중앙정부의 정책변화에 따른 지방정부의 재정영향을 줄이기 위한 방향이 강조되었다.
[그림 1] 자치분권위의 2단계 재정분권 추진방안(안)
출처 : 박완주 국회의원실 자료에 근거하여 정리
주 1 : 세수확충분은 기능조정 성황을 반영하여 광역과 기초의 공동세화 추진 주 2 : 지방재정 순확충 3.4조원은 지방교부세 자연감소분을 보전하는 경우
이러한 논의과정을 통해 자치분권위원회는 2단계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도출한 것이다. 지방소비세율을 인상하는 방안과 교육세의 일부를 지방교육세로 전환하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지방소비세율을 21%에서 31%로 10% 포인트 인상하여 약 8.5조원의 지방세입을 확대하고, 약 3.4조원의 교육세를 지방교육세로 전환하여 지방세입을 늘리는 방안이다. 다만 교육세는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재원이 되므로 실질적인 지방재정 증가 효과는 없는 방안이다. 그리고 0.3조원 정도의 개별소비세입을 지방세인 레저세로 전환하는 방안도 포함되었다. 이에 따라 지방세입은 약 12.2조 원이 증가하게 된다.
한편 지방세입의 확대와 연계하여 중앙과 지방의 기능조정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핵심적 내용은 기초연금을 전액 국비로 지원하는 방안과 아동과 영유아 교육복지 사업은 지방의 책임을 강화하고, 2.1조원 규모의 국고보조사업을 지방이양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지방정부는 5.4조원의 재정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이 방안에 따르면 지방재정은 3.4조원 정도의 순확충이 가능하다. 다만 이는 내국세입의 감소에 따른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감소하는 부분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약 8.8조원(지방소비세 8.5조원 + 특정장소분 개별소비세 0.3조원)의 내국세입 감소는 약 1.7조원과 1.8조원의 지방교부세와 지방재정교부금의 감소를 초래한다. 중앙정부의 정책변화에 따른 지방대응비의 증가를 고려할 때 이러한 재원의 자연감소분을 보전하지 않으면 지방재정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자치분권위원회의 2단계 재정분권 추진방안에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자연감소분을 보전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자치분권위원회가 마련한 2단계 재정분권 추진방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못하고 국무조정실에서 다시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국정과제의 이행을 어렵게 할 수 있으며, 중앙과 지방의 합리적 역할분담을 강조하는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을 위배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자치분권위원회가 도출한 2단계 재정분권(안)은 10개월 동안 치열하게 논의되어 다수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2단계 재정분권은 최소한 자치분권위원회의 대안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국정과제가 제시한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과 2018년 10월의 ‘어느 지역도 현재보다 불리해지지 않도록 한다’는 합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치분권위원회가 도출한 대안은 최소한의 재정분권 수준으로 인식하고 추진하여야 한다.
지방재정의 자립은 국정과제의 목표로 제시된 지방의 자율성, 책임성 및 건전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현행 지방재정조정제도는 매우 복잡하다. 지방세 확충과 더불어 현행 지방재정조정제도의 근간이고 자주재원으로 운용되는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의 근간은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고보조금의 팽창은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훼손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0년 국고보조사업은 1,000개가 넘는다. 이는 여러 중앙부처에서 유사한 목적의 소규모 국고보조사업을 신설한 결과이다. 이러한 사업들은 지방정부가 지역 상황에 적합하게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국무조정실이 주관하여 다시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보다 후퇴한 방안이 도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논의기구의 투명성과 개방성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무조정실 주관 논의에는 중앙의 관계부처만이 참여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논의과정에 지방정부 대표자의 참여도 보장되어야 한다.
2단계 재정분권은 법제의 정비를 통해 완성된다. 우리나라 지방재정관련 법제는 매우 복잡하다. 2단계 재정분권의 추진은 지방세,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 기금 등 지방재정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2단계 재정분권 방안에 근거하여 관련 법제를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무조정실 주관의 협의과정은 조속히 마무리되어야 한다.
지방소비세, 교육세 및 개별소비세를 통한 지방세입 확충은 부가가치세법, 지방세법, 교육세법, 개별소비세법은 물론 관련된 지방세기본법, 지방재정법, 지방자치단체기금법과 동법 시행령의 개정을 필요로 한다.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의 변경은 지방교부세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및 그 시행령의 개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고보조금 제도의 변경은 기초연금법, 영유아보육법, 유아교육회계법, 보조금관리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의 개정을 필요로 한다.
정부의 재정분권 추진방안이 마련되더라도 국회와 정당의 논의과정도 필요하다. 국무조정실에서 2단계 재정분권의 바람직한 추진방안을 신속히 도출하여 해당 부처들이 법령 개정안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는 정부의 법률 개정안이 지방의 충분한 참여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확인하고 심의하여 법률 개정을 완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1년에 마련되는 2단계 재정분권은 2022 회계연도 예산과 연계된다. 따라서 국회에서는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여 신속하고 정확하게 심의하고 의결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