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국토교통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도심융합특구 조성사업의 추진을 발표하였다. 이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안건으로 보고되었고, 비수도권 5개 광역시가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 광역시 중 2020년 12월 대구와 광주가 특구로 선정되었고, 올해 3월 대전이 선정되었다. 반면, 부산과 울산은 사업계획의 보완이 필요하여 아직 확정되지 않고 있다.
불균형 발전의 심화, 저출산·고령화의 진전 및 디지털 혁명의 가속화 등은 도심융합특구 조성사업의 필요성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이 글은 도심융합특구사업의 현황을 진단하고, 그것이 지닌 한계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진단에 근거하여 앞으로 보완하고 개선할 방향을 제시한다.
박관규 /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
도심융합특구는 지역혁신 생태계의 성장거점을 지향한다. 작지만 큰 성장거점을 조성하여 균형발전과 지역혁신의 기반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존 도심지역에 지역의 청년인재들이 정착하여 산업, 주거, 문화 등 복합적 혁신공간을 구축하기 위한 사업이다.
지방 대도시의 도심을 융합특구로 조성하고 육성하는 이유로는 네 가지를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지방 대도시, 특히 광역시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하다. 과거 광역시들은 산업·교육·문화 등에서 지역의 구심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하지만 현재는 인구가 감소하고 청년들의 유출이 지속되고 기업과 기업의 연구개발 조직이 수도권으로 이탈하면서 새로운 창조적 공간을 창출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둘째, 기업의 선호와 산업구조가 변화하는데 적응이 필요하다. 기업 경영을 위해 과거에는 기반 시설을 갖춘 값싼 토지가 중요한 요인이었지만 현대는 다양한 주체들 간의 네트워킹과 인재 채용에 유리한 지리적 입지가 더욱 중요하다. 연관 산업과 배후지역 그리고 산업생태계 내부의 연계 및 조직 발전을 위한 인재 확보 등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셋째,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광역시 지역은 생활 환경이나 여러 가지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청년인재 등의 유입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러한 특성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 대도시 도심지역은 청년인재가 선호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확보하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넷째,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공간을 개발하기 보다는 기존의 도시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산업구조와 생태계 변화의 대응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가 지속되고, 장기인구는 더욱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역이나 공간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시설과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심융합특구 조성사업이 지향하는 미래 상태는 대도시로서의 위상, 지방의 도심지라는 특성을 고려하고 선호도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즉 기존 시·도 행정구역을 넘어 보다 넓은 권역 차원에서 구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플랫폼으로서 인재, 기업 및 관련기관이 선호하는 중심지를 지향한다.
<그림 1> 도심융합특구가 지향하는 미래 상태
현재까지 대구, 광주 및 대전 지역에 3개의 도심융합특구가 지정되었다. 먼저 지난해 12월 대구광역시와 광주광역시의 사업이 선정되었다. 대구광역시는 옛 경북도청 부지, 삼성창조캠퍼스 및 경북대 등 98.4만㎡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연구개발 시설 및 혁신인재 양성체계, 창업 및 기업성장 지원체계 등의 구축을 목표로 제안하여 선정되었다. 광주광역시는 상무지구를 중심으로 추진하며, 2025년까지 삶과 일, 여가가 연계된 복합 인프라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광주광역시는 평생주택, 도서관, 에너지 파크, 광주지방의료원, 김대중 국제회의복합지구, 국민체육센터, 노인회관 등을 연계하여 개발한다. 지난 3월 초에는 대전광역시의 대전역과 충남도청 이전 부지를 연계하는 형태로 124만㎡가 도심융합특구사업 지역으로 선정되었으며, 제안서에서 2025년까지 5,543억원의 투자계획을 제출하였다.
부산과 울산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였지만 현재까지 최종적인 선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 부산과 울산 지역의 도심융합특구 조성사업을 선정하고 추가적으로 추진할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그림 2> 대구광역시 도심융합특구 사업계획
출처 :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중소벤처기업부(2021).
<그림 3> 광주광역시 도심융합특구 사업계획
출처 :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중소벤처기업부(2021).
<그림 4> 대전광역시 도심융합특구 사업계획
출처 :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중소벤처기업부(2021).
도심융합특구는 기존에 존재하는 비수도권 5개 광역시를 대상으로 창안되었다. 우선적으로 기존의 도심 인프라 등을 활용하여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도심지역을 초월하는 넓은 범위의 배후지역과 연관 경제·산업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즉 충남, 경북, 경남 및 전남지역은 지리적으로 각각 대전, 대구, 부산 및 광주를 포괄하고 있어서 도심융합특구에 참여하고 그 효과를 공유할 수 있지만 사업에 참여할 수가 없다. 초광역 또는 권역 차원의 발전이 강조되는 최근의 상황에서 좁은 지리적 공간을 고려한 사업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메가시티 전략이나 정책의 흐름 속에서 도심융합특구에 한정된 정책이나 사업의 추진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도심융합특수 조성사업은 광역시가 없거나 광역시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전국 또는 비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사업의 추진계획을 접수하는 공모방식을 선택하더라도 광역시가 없는 지역은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예를 들어 광역시가 없는 강원, 충북, 전북, 제주지역은 도심융합특구 조성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지역들도 인구는 광역시보다 규모는 작지만 잠재력 있는 도심지역을 가지고 있고, 그에 적합한 융합특구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도심융합특구 조성사업은 완성도가 낮은 수준에서 시작되었다. 국토교통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협력하여 비수도권 광역시 도심지역의 사회·경제 생태계를 활성화한다는 정책 목표는 매우 적절하였고 상대적으로 기업 활동 여건이 우수한 지방의 대도시 지역에 개발(H/W)과 기업지원(S/W)을 집적화하여 혁신공간플랫폼으로 육성한다는 비전은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이미 선정된 3곳의 사업계획은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지금까지 선정된 특구 조성 계획은 아이디어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도심융합특구로 선정된 지역은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기본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중앙정부는 기본계획의 수립에 소요되는 비용 중 일부인 3억원 정도를 지원한다. 이 외에 도심융합특구 조성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방안은 구체적으로 정립되어 있지 않다. 「도심 내 혁신 공간플랫폼 구축(H/W)」, 「통합 지원프로그램 패키지 마련(S/W)」 및 「기업 유치방안」만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에 대한 지원도 정부와 민간이 함께 사업화 자금 등 기업당 10억원 지원을 제외하고는 구체적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언제 어떠한 방법으로 어느 정도 규모로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다.
정부는 사업 도입 초기에 도심융합특구 조성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현행 법률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물론, 특별법을 제정하여 추진력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산업입지법, 도시재생법 등을 적용하여 도시재생 혁신지구 절차 등을 준용하며, 규제혁신과 세제 등의 지원 특례를 활용하고자 하였다. 특히 2020년에 도심융합특구 특별법을 발의하여 2021년 상반기에 제정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도심융합특구 조성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은 지난 5월 말일에야 발의되었고, 9월초 현재 관련 상임위원회에 부의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 법률 제정안에 대한 국회의 심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2021년 정기국회에서 심의되어 통과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도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불균형 발전 정도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디지털 혁명과 저출산·고령화 사회로의 진전은 지역 발전 전략에서 새로운 관점을 요구하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초광역 발전과 국토 전체를 조망하는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 따라서 도심융합특구 조성사업도 단일 광역시 차원을 넘어서는 넓은 공간적 범위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동남(부울경)권, 대구경북권, 광주전남권, 충청권 등을 아우르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광역시가 존재하지 않는 권역에 대한 정책적 전략과 관점이 요구된다. 충북과 세종, 제주, 및 강원지역을 고려한 융합특구사업도 인정해야 한다. 국가균형 발전의 측면에서 인위적으로 단일의 공간계획을 확정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도심융합특구 조성사업 추진의 공간적 범위를 사전적으로 확정하여 배제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으며, 개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심융합특구 사업을 추진하는 지방정부들도 장기적 관점에서 관련 있는 정책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추진하는 전략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이슈인 메가시티 전략과 연계하는 것이다.
2020년 9월 도심융합특구 조성사업 추진방안이 발표되고 1년이 지나고 있지만 사업의 내용과 재원조달 방식이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특구조성을 위한 중앙부처, 지방정부, 민간기업, 대학, 직업훈련기관, 경제·산업 관련기관 등 많은 주체들의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참여를 만들어내기 위한 정책수단이 필요하다. 중앙정부 수준에서 국토교통부나 중소벤처기업부는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통해 지역의 지식기반 확충과 산업·경제의 활성화를 이루어낼 수 있도록 프로그램과 세부 사업을 정립해야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과 사업 추진에 필요한 합리적 재원 규모를 추정하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기획재정부 등은 재정과 조세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의지를 지녀야 한다. 지방정부들은 중앙부처 차원의 지원에 기반하여 보다 넓고 장기적 관점에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가능한 상세한 부분별·사업별 추진계획을 마련하여 추진해야 한다.
도심융합특구 조성과 육성을 위한 법제 정비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특별법 발의가 늦어진 상황에서 국회 다수의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도 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40개 조항으로 구성된 특별법은 특구 조성과 지원의 근거를 담고 있다. 도심융합특구의 지정, 전담조직의 설치, 세제 및 재정 지원 항목과 체계, 국공유지 특례 등을 나열하고 있는 수준이지만 근거법으로써 의미가 있다. 특히 특별법의 주관 상임위는 국토교통위원회이지만 8개의 관련 위원회(환경노동, 기획재정,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 문화체육관광, 행정안전, 사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 교육,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 심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관련 위원회의 신속한 심의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또한 기존의 도시재생법, 산업입지법 등과 연계하여 정책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참고문헌]
광주광역시 홈페이지, 「상무지구에 삶·일·여가 연계한 도심융합특구 만든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2021) 제32차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본회의 개최 : 도심융합특구 후보지 지정안 논의.
국토교퉁부·기획재정부·중소벤처기업부(2021), 대전 도심융합특구 사업지구 선정, 보도자료 2021.3.11.
국토교퉁부·중소벤처기업부(2020), 도심융합특구 조성방안.
국토교퉁부·중소벤처기업부(2020), 대구·광주 도심융합특구 사업지구 선정 발표, 보도자료. 2020.12.22.
뉴스1(2021), 광주 상무지구 공공인프라 착착, 도심융합특구 청신호, 2021.8.22.
도심융합특구 조성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의안번호 10469, 강준현의원 대표발의), 2021.5.31.
매일신문(2021), 「대구시 도심융합특구 밑그림 그리기 착수」, 2021.8.3.
서울경제(2021), 「동남권 산단 일원 도심융합특구 지정 위해 전 행정력 집중」, 2021.3.11. 울산신문(2021), 「울산 도심융합특구 지정 차일피일 미루는 국토부」, 2021.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