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민의 정부부터 매 정권별로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대통령소속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국가사무의 지방이양 등 지방분권과 관련된 업무를 추진하였다. 특히 2004년 1월 16일에 제정된 「지방분권특별법」 제9조(권한 및 사무의 이양)에서는 “국가는 사무배분의 원칙에 따라 그 권한 및 사무를 적극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여야 하며, 기관위임사무를 정비하는 등 사무구분체계를 조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서 국가의 사무를 위임받아 처리해온 ‘기관위임사무’에 대하여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최초로 법률에 명시하였다.
이후 2008년 2월 29일, 「지방분권특별법」은 전부개정되었고, ‘기관위임사무 정비’에 관한 조항은 “국가는 사무배분의 원칙에 따라 그 권한 및 사무를 적극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여야 하며, 그 과정에서 국가사무 또는 시·도의 사무로서 시·도 또는 시·군·구의 장에게 위임된 사무는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자치사무와 국가사무로 이분화하여야 한다”와 같이 개정되면서 ‘기관위임사무’를 원칙적으로 폐지해야함을 명확히 하였고, 현재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서도 위 조항은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매 정권별마다 ‘기관위임사무’의 폐지를 목표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미흡한 상황이다.
윤필환 /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자치행정연구부 연구위원
중앙정부는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를 구분하기 위하여 ‘법령상 사무 총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2019년 사무 총조사 기준으로 사무를 중앙사무, 공동사무, 자치사무로 구분하였다. 구체적으로 중앙사무는 국가가 직접 처리하는 사무와 지방자치단체로 위임한 사무, 공동사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동으로 수행하는 사무, 자치사무는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하는 사무를 의미한다. 구체적인 사무 수는 다음 표와 같다.
<표 1> 우리나라 법령상 사무 현황
(단위 : 개)
구분
중앙사무
공동사무
자치사무
합계
2009년
31,540
(74.5%)
2,324
(5.5%)
8,452
(20.0%)
42,316
(100.0%)
2013년
31,161
(67.7%)
0
(0.0%)
14,844
(32.3%)
46,005
(100.0%)
2019년
43,696
(71.7%)
6,801
(11.1%)
10,467
(17.2%)
60,964
(100.0%)
출처 :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지방자치발전백서(2017), 행정안전부 내부자료 등 재구성.
중앙정부의 법령상 사무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사무는 2009년 42,316개에서 2019년 60,964개로 총 18,648개가 증가하였고, 이는 정부의 역할이 좀 더 세분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중앙사무는 12,156개(2009년 대비 38.5% 증가), 자치사무는 2,015개(2009년 대비 23.8%) 증가하여 여전히 전체 사무 중 중앙사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사무별 세부현황을 살펴보면 2009년 중앙사무 총 33,864개 중 기관위임사무는 1,215개, 2019년 중앙사무는 총 60,964개 중 기관위임사무는 966개로 소폭 감소하였다. 이는 2008년 「지방분권 촉진에 관한 특별법」에서 현재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이르기까지 법률로 명시하고 있는 ‘기관위임사무의 원칙적 폐지’를 달성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성과이다.
<표 2> 우리나라 법령상 사무별 세부현황
(단위 : 개)
구분
중앙사무
자치사무
합계
국가
사무
위임
사무
공동
사무
계
광역
사무
기초
사무
공동
사무
계
2009년
30,325
(71.6%)
1,215
(2.9%)
2,324
(5.5%)
33,864
(80.0%)
3,854
(9.1%)
3,888
(9.2%)
710
(1.7%)
8,452
(20.0%)
42,316
(100.0%)
2013년
30,143
(65.5%)
1,018
(2.2%)
0
(0.0%)
31,161
(67.7%)
7,707
(16.8%)
7,137
(15.5%)
0
(0.0%)
14,844
(32.3%)
46,005
(100.0%)
2019년
42,730
(70.1%)
966
(1.6%)
6,801
(11.1%)
50,497
(82.8%)
3,446
(5.7%)
3,688
(6.0%)
3,333
(5.5%)
10,467
(17.2%)
60,964
(100.0%)
출처 :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지방자치발전백서(2017), 행정안전부 내부자료 등 재구성.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서는 2018년 「자치분권 종합계획」 및 연도별 「자치분권 시행계획」 등을 통하여 ‘기관위임사무의 원칙적 폐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0년 1월, 자치분권위원회에서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 등의 지방 일괄 이양을 위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등 46개 법률 일부개정을 위한 법률」(이하 제1차 지방일괄이양법)을 마련하였고, 총 400개 사무가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었다. 이 중 기관위임사무는 총 249개가 포함되었다.
또한 2021년 7월 자치분권위원회에서는 14개 부처 소관 48개 법률, 총 215개 사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는 「중앙행정권한 및 사무 등의 지방 일괄이양을 위한 48개 법률 일부개정을 위한 법률(안)」(이하 제2차 지방일괄이양법)을 마련하였다. 215개 사무 중 자치분권위원회에서는 179개를 발굴하였고, 나머지 36개 사무는 행정안전부에서 자체적으로 발굴하였다. 총 215개 사무 중 기관위임사무는 65개가 포함되었고, 현재 법안은 행정안전부에서 2021년 9월 15일까지 입법예고를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자치분권위원회의 제1차 지방일괄이양법 마련 과정에 참여하였고, 법안의 원안 및 조속한 통과 촉구를 위하여 국회의장, 정당별 원내대표, 국회 상임위원회 등을 방문 건의하는 등 활동을 전개하였다.
또한 협의회는 지방분권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지방행정기관 기능이양 T/F」를 운영하여, 식의약품·환경·고용노동·국토하천·해양항만·중소기업 등 6대 분야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이양 대상사무 총 245개를 발굴하였다. 협의회는 위 사무가 제2차 지방일괄이양법에 포함될 수 있도록 자치분권위원회에 건의하였고, 행정안전부에서 입법예고 중인 제2차 지방일괄이양법 215개 사무 중 협의회에서 건의한 사무는 27개가 포함되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앙정부는 2008년부터 ‘기관위임사무의 폐지’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다. 그 원인으로 법률 개정의 절차상(관계 부처별 검토, 법제처 심사, 국회 심의 등) 장기간이 소요되고, 기관위임사무가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될 경우 중앙부처의 조직·인력의 감축을 우려하는 부처의 소극적 태도 등이 지적되었다.1) 이에 현 정부는 기관위임사무 중 지방자치단체로 우선적으로 이양이 가능한 사무를 발굴하고, 지방일괄이양법을 통하여 점증적으로 기관위임사무를 폐지를 추진 중에 있다. 다만 기관위임사무의 지방자치단체로 이양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첫째, 법령상 기관위임사무 관련 조항의 정비가 필요하다. 일부 법령에서는 명백히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임에도 불구하고 기관위임사무로 규정한 경우가 존재한다. 그 예로 「주택법」상 ‘주택조합의 설립인가 취소를 위한 청문’이 있다. 해당 내용은 「주택법 시행령」 제90조 제6호 권한의 위임·위탁 규정에 따라 ‘주택건설사업 등록말소, 주택조합 설립인가 취소’ 관련 청문을 국토교통부장관의 권한으로 보고 시·도지사에게 위임하고 있다. ‘주택건설사업 등록말소’는 법률상 국토교통부장관의 권한이나 동법 제96조 제2호에 따른 ‘법 제14조 제2항에 따른 주택조합의 설립인가 취소’ 권한은 시장·군수·구청장의 권한이다. 즉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시장·군수·구청장의 권한을 시행령으로 국토교통부장관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기관위임사무로써 시·도지사에게 위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일부 기관위임사무는 법률로 규정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임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을 통하여 장관의 권한으로 명시하여 이를 다시 지방자치단체로 위임하고 있는 것은 법적 정합성에 어긋난다. 이러한 내용을 바로 잡는 것으로 기관위임사무를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 「주택법」상 기관위임사무 관련 조항 >
둘째, 기관위임사무의 책정 방식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 제1차 지방일괄이양법의 원안은 571개 사무였으나, 국회 심의과정을 통하여 400개 사무로 최종 확정되었다. 당시, 「건설산업기본법」의 ‘과태료 부과·징수’에 관한 기관위임사무를 1개의 사무로 책정하였고, 국회에서는 해당사항은 중앙사무임으로 이양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제1차 지방일괄이양법상 「건설산업기본법」의 ‘과태료 부과·징수’ 중 일부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도 포함된 다수의 사무였으며, 이를 명확히 구분하여 국회에서 논의되었다면 해당하는 내용은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반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과태료 부과·징수’에 관한 기관위임사무는 17개로 책정하였고, 모두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처럼 정부의 ‘법령상 사무 총조사’에서는 기관위임사무 중 ‘과태료 부과·징수’ 등과 같이 동일한 사무임에도 불구하고, 법령에 따라 1개 또는 다수의 사무로 판단하는 등 그 책정이 다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기관위임사무 총조사에 대한 책정 방식을 정비하여 동일한 사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현재 행정안전부에서 입법예고 중인 「제2차 지방일괄이양법」에도 위와 같은 개선사항은 반영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 권한이 기관위임된 법령 조항의 정비, 기관위임사무 책정방식의 통일 등 개선되면 보다 기관위임사무의 지방이양이 원활히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는 앞서 제시한 개선사항 등을 포함한 기관위임사무의 지방이양을 위하여 전 부처별 법령을 검토하고, 법령상 기관위임사무의 전수 조사와 지방이양 대상사무를 발굴하고 있다. 또한 협의회는 일차적으로 발굴한 고용노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등 3개 부처 소관 16개 법률, 236개 사무를 자치분권위원회에 건의하였다. 협의회는 올 연말까지 기관위임사무의 지방이양 대상사무 발굴을 완료하여, ‘기관위임사무의 폐지’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