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공간
긴급재난지원금 결정과정에서 지방참여의 현실과 향후과제:
환영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지방정부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빠르게 바꿔놓았다. 빠른 변화가 사회 혼란을 야기함에 따라 정부는 여러 대책을 강구하였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긴급재난지원금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생활 안정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인한 지방정부의 재정적 부담이 적지 않음에도 지방정부에 대한 입장과 상황은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였다. 일방적인 정책결정은 지방정부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지방자치의 기본 정신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진정한 소통과 협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지방정부의 적극적 참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지방재정연구부 이현정
우리나라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개학, 기준금리 0%대 인하,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및 영상회의 활성화 등 각종 대책을 선보였다. 그 중에서도 긴급재난지원금은 전체예산이 총 14조 3천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자 정부가 재난상황에 대응하여 전체 가구에 대해 직접적 지원금을 지급하는 첫 사례로서 전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미증유의 비상경제시국으로 규정할 만큼 힘든 상황 속에서 사회경제적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결정된 이상 보다 신속한 집행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생활 안정에 기여하기를 국민 모두가 희망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지원 대상을 두고 소득 하위 50%, 소득 하위 70%, 전 국민 지급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었고, 격론을 거쳐 모든 국민 지급으로 결론지어졌다. 재원분담 방안의 경우 소득 하위 70% 대상 지원금은 국비와 지방비를 8:2 비율로 부담하되, 국회 논의과정에서 새로 추가된 소득 상위 30%에 대한 지원금은 국비로 충당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예산의 약 15%인 2조 1천억원을 부담하게 되었다. 지방의 부담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세입격차와 재정부문 의사결정 권한의 불균형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비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급재난지원금 결정에 있어 지방정부의 입장과 상황에 대한 고려는 충분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 3월 30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 도입이 확정된 이후 4월 30일 국회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예산이 포함된 제2차 추경안이 통과될 때까지 약 1개월의 시간이 있었다. 그 기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부처 간 이해 조정, 여당과 정부 간 협의, 여당과 야당 간 협상이 이어졌고 그 결과로서 제2차 추경안이 통과되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를 두고 ‘소통과 협치의 대표적 사례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방정부와 협의하고 조정하는 절차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방정부 역시 긴급재난지원금의 불가피성에 공감하며 그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긴급재난지원금의 재원분담 결정과정을 되돌아보면 개운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정부수립 이후 첫 시도이다. 하지만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마치 데자뷰를 경험하는 것처럼 과거를 반복하고 있고, 예지몽을 꾼 것처럼 미래에도 유사한 상황에 직면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또 다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
긴급재난지원금 도입이 확정되고 지방비 20% 부담이 방안으로 거론될 때부터 지방정부들은 지역의 재정여건이 열악함을 호소했으나 공식적으로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협의의 장은 열리지 않았고,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도 없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시·도지사를 비롯한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지방비 부담 결정을 철회할 것을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것이었다. 시·도는 개별적인 대응과 함께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시·도의 입장을 모아 긴급재난지원금 전액 국비 부담을 촉구하는 공동 건의서와 공동 촉구문을 각각 3월 28일, 4월 23일 발표하였고, 지방정부의 입장이 일부 반영되었다. 즉 국회의 추가경정예산 심의 단계에서 추가된 소득 상위 30%에 대한 지방비 부담 방안은 철회되었다. 하지만 2조 1천억원의 부담은 지방의 몫으로 여전히 남게 되었다.
지방참여에 대한 중앙과 지방의 인식 차이:
지속된 답습
중앙정부의 일방적 정책결정이 지방의 자치권을 침해하고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하거나 자치분권 사전협의제를 도입하였다. 이는 중앙정부가 무심코 던진 돌이 지방정부에 심대한 부담을 주는 일련의 사례들에 대한 성찰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가 감당하기 힘든 재정분담 결정과정에 지방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반영하거나 협의·조정할 수 있는 절차나 과정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고 있다. 중앙의 주요 정책책임자들은 지역 주도성을 강조하고 지역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의 재원분담 결정은 여전히 지방정부를 협력파트너가 아닌 일종의 집행기관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또 다시 각인시키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국가 전체가 어려운 특별한 상황이므로 지방정부도 불만을 제기하기보다는 중앙의 결정에 협조해야 한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방정부들의 주장은 중앙정부의 결정에 대한 어깃장이 아닌 지역의 절박한 상황에 대한 호소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중앙 차원에서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하기 이전에 일부 지방정부들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발표하였다. 당시에 어느 지방정부나 어떤 단체장도 지역주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싶지 않은 곳은 없었을 것이다. 지역 현장에서 지역주민의 고통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난지원금 지급의 정책의지는 더욱 컸을 것이다. 하지만 지방자치의 기본정신에 따라 지역이 지닌 여러 여건을 반영하는 정책결정이 필요하였기 때문에 어느 지방은 재난지원금 지급하고 다른 지방은 다른 사업에 재원을 투입하는 결정을 한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지방분담의 파급효과
그리고 바람직한 중앙과 지방의 역할
지역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중앙정부가 80%를 부담하니 나머지 20%를 지방이 부담하는 방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말고 수용하라는 식의 접근은 옳지 않다. 이러한 과거를 지속적으로 답습한다면 지방정부가 결정한 정책이나 사업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되거나 지방정부의 재정운용이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추가 재정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거나 자체사업을 축소해야 한다. 중앙정부에 비해 재정규모가 작고, 세출 유연성이 낮은 지방정부에게는 두 방안이 모두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일부 지방정부는 지방채 발행을 통한 추가 재원 확보를 고려할 수 있지만 지방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지방채는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물론 중앙정부는 경기하방압력을 해소하고 실물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공채 발행을 통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 다만 국가와 세계경제에 대한 전반적 평가를 통해 경기조절 수단으로 주로 활용하는 공채는 국채이다. 일반적으로 지방채는 사회자본 건설과 같은 대규모 사업의 부족재원을 보충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국채와 지방채의 활용목적이 다른 이유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핵심적 기능의 차이에 기인한다. 경기불황 시기에 인위적으로 적자 예산을 편성하고 국채를 활용하는 등의 경기안정과 활성화 기능은 중앙정부가 주로 담당해야 할 책무이다. 지방정부는 통화를 발행하거나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정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불황 시기에도 지방정부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지방채 발행을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 지방정부는 주민과 지역의 수요를 파악하여 공공서비스를 공급하는 동시에 지방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지역경제의 활력을 회복시키는 재정운용이 필요하다.
일부 지방정부는 자체사업 예산 축소를 통해 긴급재난지원금 부담재원을 마련하고자 할 것이다.1) 이미 다수의 지방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난관리기금 및 재난구호기금 활용, 기존 사업예산 삭감 등을 통해 민생경제 안정과 피해기업 긴급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였다. 적극적이고 신속적 추경을 통해 다양한 지역 맞춤형 정책을 도입하였고, 다양한 혁신 방안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발전하면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2)
지방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수립·실시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중앙정부가 신규 사업에 대한 재원부담을 경감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0일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각 지방정부가 보유한 재난관리기금 또는 세계잉여금을 활용하면, 추경을 통해 보전하는 방식을 고려해주길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3월 21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대본 회의에서 지자체 기금으로 현금성 지원을 하면 중앙정부가 후에 보전해줄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와 같은 중앙정부의 제안이나 발언을 신뢰하여 적극적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사업을 수행해 온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재원 보전은 고사하고 긴급재난지원금 지방비 추가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으며, 이는 지방재정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지방정부의 재정압박 또는 재정위기는 주민에게 필수적으로 전달되어야 할 공공서비스의 안정적 공급을 저해할 수 있으며, 지방정부 재정건전성 악화를 지역주민이 인지한다면 주민 불안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음이 우려된다. 또한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사태가 다시 발생했을 때, 중앙정부 정책에 따른 지방비 부담을 우려하여 지역과 주민에게 필요한 맞춤형 사업을 적시에 제공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까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긴급재난지원금 결정과정에 있어 지방정부는 외부자였다. 지원금 논의가 중앙 정치권에서 흘러나올 때부터 도입이 결정될 때까지 불충분한 정보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는지 알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하였고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자 노력하였다. 하지만 끝내 지방정부를 위한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다.
반대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정에 있어 지방정부는 갑자기 내부자가 되었다. 사업 예산의 약 15%를 분담하고 주민센터를 통해 지원금 신청·접수를 받으며 관련 정보를 주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제도의 성공적 실행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현 상황만 놓고 보더라도 최소한 지방정부 대표만이라도 논의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었어야 한다. 적어도 지역의 재정여건에 대해 지방정부가 직접 입장을 발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여 중앙정부의 재원분담 방안이 지방재정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인지 함께 숙의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재정상황 상 지방정부와 부담을 나눠야 한다면 그에 대한 적절한 유감을 표명하고 향후 이와 같은 사태의 재발방지를 약속했었어야 했다. 그렇지 못했기에 원론적 수준의 주장이지만 절박한 마음을 담아 다시 한 번 호소하고자 한다.
지역의 일은 지역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지방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결정할 경우에는 공식적 논의기구를 활용해야 한다. 현재 공식화된 제도를 활용하되, 제도를 재평가하여 실효성을 제고하고 필요 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여 지방정부와 협의·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중앙정부와 국회는 진정한 소통과 협치의 장을 마련함에 있어 지방정부를 정책 파트너로 존중하고 참여를 적극 보장함으로써 지역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것이다.
1) 우리나라 지방정부는 각종 국고보조사업 대응 지방비 부담으로 자체사업 예산을 충분히 편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0년 전국 243개 지방정부 자체사업 비중은 38.1%에 불과하며, 10% 미만 지방정부가 9개, 20% 미만 지방정부가 43개에 달한다.
2)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설치 및 운영, 자가격리자 원스톱 도우미 서비스, 확진자·자가격리자·퇴원자·유가족 등을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 등 코로나19라는 전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 소상공인 대상 경영안정자금 및 긴급 민생지원금 지급, 공공부문 임대료 경감, 피해점포 특별지원, 전통시장 배송서비스, 드라이브 스루를 활용한 농산물 직판장 활용, 학교 급식용 친환경농산물 소비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 등 지역 상황에 맞는 정책과 타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는 혁신 아이디어가 지역에서 생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