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탄소중립, 정책 기조와 로드맵, 지방정부 실천 사례
1. “파리협정”의 나라 프랑스, 협정안 실천도 모범 ?
프랑스는 2015년 “파리협정(Paris Climate Agreement, (프) Accord de Paris)” 체결의 무대였던 나라이다. 당시 회의를 주관한 프랑스의 로랑 파비우스 외무장관이 말한 것처럼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한 인류 노력에 있어 “역사적 전환점”이라 여겨지는 이 “파리협정”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세계 195개 나라가 참여하여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2도 미만으로 억제하되 1.5도가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공동의 목표에 합의하고, 단지 선언적 효과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실천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국가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5년 단위의 기후변화 대응 기본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하는 것은 물론, 실제 감축 성과를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검증하는 등 전 지구적 차원의 구체행동 합의안이 탄생하게 되었다.
협정 주최국으로서 협의안 도출에 많은 역할을 담당했던 프랑스, 협정 이후 지난 8년 동안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과연 얼마나 충실하게 달성해 왔는가? 프랑스는 2015년부터 SNBC(탄소저감 국가전략, Stratégie nationale bas-carbone)을 수립하여 매 5년 단위로 각 분야별 탄소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해 오고 있다. 2022년까지 집계한 결과를 살펴보면 산업 등 일부 분야에서 큰 진전을 보이기도 했지만 “파리협정” 도출과정 동안 프랑스가 보여주었던 야심만큼 모범적인 결과를 이루었다고 하기엔 미진한 감이 없지 않다.
그중, 특히 교통 분야와 건물 관련 탄소배출의 경우 절감폭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는데, 교통의 경우 자전거, 전기차 등 친환경 교통수단 활성화 노력과 노후 차량 도심운행을 제한하는 등 다양한 억제 조치를 병행하여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탄소배출량은 20년전보다 오히려 소폭 상승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2. 유럽 2050 탄소중립과 Fit for 55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은 인접한 여러 국가가 함께 연대하여 동시에 추진할 때만이 그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유럽공동체(EU)는 회원국가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공통의 강령을 채택하여 부여하고 있는데, 2050년까지 세계에서 처음으로 탄소중립 대륙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고, 2021년 6월에는 “유럽기후법”을 제정해 이 목표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의무로서 각 회원 국가에 부과한 바 있다.
이와 병행하여, 2050년이라는 중장기 목표에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단기 실천 도구로서, “핏포 55(Fit for 55)”라는 입법 패키지를 2021년 7월 발표하는데, 2030년까지 EU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를 1990년 대비 기존 40%에서 55%로 상향 조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12가지 구체 정책을 제안하였다. 여기에는 “탄소국경세 부과”, “2035년부터 화석연료 신규차량 판매 금지”, “교통 및 건설 분야 탄소 비용 부담” 등 실질적인 조치가 포함되어 있는데, EU와 회원국간 협의를 거쳐 2023년 4월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주요 조항을 최종 승인함으로써 바로 올해 10월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3. 프랑스 탄소중립 정책 기본틀 - SNBC, Planification écologique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에 있어 EU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리더 국가의 하나로 주도적 목소리를 내고있는 프랑스의 경우, 2015년 파리협정이 체결되기 직전인 8월, “녹색성장을 위한 에너지 전환법(Loi de la transition énergétique pour la croissance verte (LTECV))”을 제정 기본적인 정책 방향을 수립하였고, 이 법에 의거 “탄소저감 국가전략(Stratégie nationale bas-carbone (SNBC))”을 세웠다.
SNBC : Stratégie nationale bas-carbone(탄소저감 국가전략)
·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프랑스 정부의 기본 로드맵
· LTECV(녹색성장 위한 에너지 전환법)에 의거 2015년 최초 수립 후, 2018-2019년 1차, 2020년 4월 2차 수정됨
·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2033년까지 매 5년 단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설정
(2019-2023 383백만톤 〉 2024-2028 320백만톤 〉 2029-2033 258백만톤) |
SNBC(탄소저감 국가전략)가 탄소중립을 향한 프랑스 정부의 정책방향과 단계적 목표를 설정한 로드맵이라면, 친환경전환계획(Planification écologique)은 이를 현장에서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구체 행동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지난 8년간의 실적과 EU가 부과한 Fit for 55을 반영, 단기 목표를 재설정하여 지난 2023년 9월 25일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발표하였다.
환경부를 포함하여 간부처 기구인 친환경전환계획사무총국(SGPE, Secrétaire Général à la planification écologique)에서 총리 지휘하에 준비작업을 걸쳐 발표한 이번 계획은 각 분야별로 구체적 행동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데,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친환경 전환이 무리한 의무 부여가 아닌 인센티브 제공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 했으며, 2022년 폐쇄 예정이었으나 에너지 위기로 인해 연장 가동중이었던 2기의 석탄발전소를 2027년까지 폐쇄할 것임을 발표하였다.
친환경전환계획(Planification écologique) 분야별 주요 내용
① 교통분야
· 현황 및 목표 : 온실가스 최대배출원 30%, 2030년까지 현행(129백만톤)보다 30% 감축(92백만톤) 필요
· 방법론 : 공공 및 민간분야 전기차 확대 보급 및 교통수단 공유 및 대체 교통수단 확대
② 농업분야
· 현황 및 목표 : 온실가스 2번째 주배출원 19%, 2030년까지 현행(81백만톤)보다 17% 감축(68백만톤) 필요
· 방법론 : 육우수 감소 및 질소 비료 사용량 감소
③ 산업분야
· 현황 및 목표 : 온실가스 3번째 주배출원 19%, 2030년까지 현행(72백만톤)보다 37% 감축(45백만톤) 필요
· 방법론 : 온실가스 배출 많은 50대 산업단지 탈탄소 전환(시멘트, 철강, 화학, 비료 등)
④ 건물분야
· 현황 및 목표 : 온실가스 4번째 배출원, 2030년까지 현행(64백만톤)보다 53% 감축(30백만톤) 필요
· 방법론 : 주거 및 사무용 건물 기름보일러 및 노후 가스보일러 75% 친환경 난방으로 교체
⑤ 에너지 분야
· 현황 및 목표 : 현행(47백만톤)보다 50% 감축(27백만톤) 필요
· 방법론 : 석탄발전소 폐쇄 및 재생에너지 생산 증대
※ 2022년 2월 “재생에너지생산촉진법 loi d’accélération sur les énergies renouvelables” 통해 재생에너지 대규모 개발과 신규 원전 개발계획을 발표함. 2050년까지 태양광 발전을 100GW 이상으로 현재 10배 확대, 해상풍력발전소 50개를 건설해 40GW를 발전하며 육상풍력발전소 또한 40GW생산을 목표로 현재 2배 이상으로 확대토록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 |
⑥ 탄소흡수원 확대
· 방법론 : 숲, 늪지, 하천 등 탄소흡수원으로 작용하는 생태 시스템을 보전하고 확대하여 2030년까지 16백만톤을 상쇄 목표 |
4. 지자체, 기업, 개인 모두의 공동 노력 경주
이렇게 세밀하게 목표를 정한 프랑스 정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모든 주체의 공동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2023년 9월말 발표한 플랜의 구현을 위해 대통령과 총리, 관계 장관의 지휘하에 내년 초까지 지자체, 기업체, 영농인 등 각 분야의 주체와 구체 협상을 통해 동참 의지를 확인하고 실제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다.
기후변화의 위기는 모든 주체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자발적인 참가를 기대하고 있는데, 실제로 프랑스는 2012년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탄소배출증명서”로 환산 작성하여 3년 주기로 업데이트토록 의무화해왔었고 이러한 조치로 인해 증명서 작성 의무 대상이었던 종업원 500명 이상의 기업체와 250명 이상의 직원을 둔 공공기관, 인구 5만명 이상 지자체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인식수준을 민감하게 높여온 바 있다.
5. 파리시, 기후변화 대응 솔루션 500가지 이상 시행중
그러면 지금까지 지자체 차원에서 어떤 실천 노력을 경주해 왔는지 대표적인 사례를 몇가지만 인용해 보겠다. C40 도시기후 리더십 그룹의 회장 도시를 역임했고 국제무대에서 친환경 분야를 선도하는 대도시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파리시의 실천 조치들을 보면, 차량 도심통행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만들고, 도시농장을 장려하고, 생태계 복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전개하고 있다. 파리시 당국에 의하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500가지 이상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표명하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사례를 분야별로 정리해 보면,
- 2050년 100% 신재생 에너지의 도시 : 현행 태양광 발전설비와 지열에너지 시설에 새로이 대규모 생산시설(벵센느 숲 10,000m2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신설, 벡시-샤랑똥 지역 지열펌프 등) 추가 설비로 2030년까지 도심 자체 생산 신재생 에너지 20% 달성
- 에너지 소비 2050년까지 절반으로 축소 : 1백만 가구 이상 주거건물과 5천만 m2 이상의 상가, 사무실, 호텔, 공공시설 대상 친환경 에너지 소비 시스템으로 개조, 모든 신규건물 건축 시 포지티브 에너지 의무화 등 적용
- 대기질 개선으로 건강한 도시환경 추구 : 도심 디젤 차량 진입 금지 2024년 시행, 2030년 모든 화석연료 차량 금지, “정숙운행 지구”지정 및 광역차원 확대로 도심 차량 서행 및 운행 제한, 등유 등 기름 보일러 2030년 사용금지 등
- 저공해 무공해 교통이동 권장 : 2020년부터 도심내 100% 자전거 이동 가능, 대중교통 수단 전기 및 저공해 차량으로 교체 등
- 지속가능 식품 문화 권장 : 2030년까지 공공 급식의 낭비율 50% 감소, 지속가능 및 지역 유기농산품 이용율 2050년까지 90% 달성
- 지역 주체 자발참여 홍보 : 시민 기후 대사 150명 임명 등 의식 홍보와 각종 친환경 활동 시민 참여 활성화
6. 옥시타니 레지옹 최초의 에너지 자급 광역지자체 추구
프랑스 본토 13개 레지옹(광역지자체)의 하나인 옥시타니(Occitanie)는 프랑스 남부 뚤루즈, 몽펠리에, 님, 펠피냥 등 주요도시를 포함하고 있는 7만3천 km2 면적의 광대한 지방이다. 일조량이 많아 태양광 발전이 일찌감치 성행했는데, 그만큼 친환경과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옥시타니는 프랑스 최초의 포지티브 에너지 광역지자체를 표방하고 있는데 2050년까지 지역 소비에 필요한 에너지 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함으로써 에너지 자급자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정책들을 전개하고 있다.
- 친환경 교통수단 접근성 제고 : 전기차량 구매 및 충전소 설치 비용 지원, 에코수표 발행하여 전기차 및 자전거 부대비용 지출 지원, Vehicule to Grid 컨셉 기반 양방향 충전소 설치하여 차량간 공유충전 시스템 제공 등
- 기업체 에너지 효율성 제고 : 친환경 에너지 전환 기업 공사계획 및 비용 지원 등
- 주민 참여 캠페인 : 500여 프로젝트에 10만명 이상 주민이 참여하는 홍보 캠페인 전개, 특히 청소년층 의식교육 및 다양한 현장학습 활동 제공
- 농업 시설 태양광 및 메탄화 강화 : 경작시설에 태양광 발전설비 시설비 지원, 바이오 매스 에너지 전환 지원통해 2030년까지 지역 가스 필요량의 20% 생산
(출처 : 프랑스 환경부, 친환경전환계획사무총국, 파리시, 옥시타니 레지옹, 르피가로, 르몽드, 르파리지앙 기사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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