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르노블”이란 도시 이름은 山을 연상시킨다. 프랑스 측 알프스 산맥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 지리적인 위치도 그렇고, 1968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역사적인 사실도 그렇고, 국토의 대부분이 노년기 평야지형을 이루고 있어서 산다운 산을 못보고 지내던 프랑스 사람들이 겨울이면 스키를 싣고 휴가를 떠나는 대표적인 행선지라는 사실 또한 그르노블을 산과 연결시키는 이유가 될 것이다. 흔히들 그르노블을 일컬어 “알프스의 심장 Cœur des Alpes”라고 부르는 것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정작 도시의 평균 해발은 213m에 불과하다. 해발 표고만 놓고 따지자면 그르노블은 프랑스에서도 가장 낮고 평평한 도시의 하나이다. 더욱이 18.13 km2에 달하는 그르노블 꼬뮌 행정구역 내부에는 “산”이라고 내세울만한 그럴싸한 장소를 찾아볼 수가 없다. 아예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평평한 시내 중심부에 유독 볼록 솟아난 자그마한 “동산”이 하나 있긴 하다. 1934년 유럽에서 최초로 도심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이 동산 정상에 위치한 바스티유 Bastille 옛 요새와 성곽을 손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이곳은 마치 파리의 에펠탑처럼 그르노블을 상징하는 명소가 되었다. 그러나 정상이라야 고작 475m 밖에 안 되는, 그러니까 시내에 있는 케이블카 탑승지에서 겨우 250m 더 높은 이 “동산”을 두고 “알프스의 심장”이니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초대형 겨울 스포츠 타운”이니 하는 수식어를 다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그러면 그럴듯한 산도 없는 그르노블을 어떤 이유에서 “알프스의 심장”이라고 부르면서 대표적인 산악 관광도시로 손꼽는 것일까? 바로 이 수식어가 지니고 있는 아이러니 속에 그르노블 관광정책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들어있다. 인근에 있는 산악관광 자원을 자신의 관광 산업에 활용할 줄 아는 지혜, 주변 산을 찾아오는 관광객을 그르노블 시내까지 들를 수 있도록 만드는 노하우, 이를 중심으로 그르노블 관광정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자료정리 : 파리사무소 김형진 (hjkim@fre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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