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선정 배경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기 시작하면서 90년대 중반부터 가장 효과적인 지역고용창출 방법 중 하나로 급부상한 것이 바로 지역축제 혹은 행사의 유치이다. 특히 지역축제의 유치는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해주는 동시에 타지역 관광객들을 불러들임으로써 지역경제활성화라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 왔기에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이후 지자체 별로 유행처럼 축제가 생겨나기 시작하였는데 개중 나름대로 지역적 특성을 살리거나 특색 있는 축제는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 지방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스웨덴의 한 작은 마을이 축제를 통해 마을경제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경제에 일조하고 있기에 이를 간단히 소개하고 그 의의를 짚어보고자 한다.

II. 훌트스프레드 록축제의 기원

    매년 6월 중순이면 배낭을 둘러맨 젊은이들이 숲으로 둘러싸인 스웨덴의 한 작은 마을인 훌트스프레드(Hultsfred)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맘때쯤 열리는 스웨덴의 가장 큰 록축제인 “Rock City Hultsfred”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2003년의 경우 6월 12~14일 사흘간 100여명이 넘는 음악인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펼쳤고 이를 관람하기 위해 4만 여명의 관객이 몰려 들었다. 또한 이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무려 1200여명의 기자가 훌트스프레드에 머물렀으며 수백만 명이 인터넷 중계를 통해 이 축제에 함께 동참할 수 있었다.

    훌트스프레드는 스웨덴 남부 발트해안 쉬드스베리예(Sydsverige) 지역에 위치한 인구 5,500명의 작은 소도시이다. 바로 이 지역으로부터 록셋(Roxette), 카디건스(Cardigans), 아크(The Ark) 등 세계적 명성을 가진 밴드들이 배출되었다는 사실이 보여주듯 “Rock City Hultsfred”가 이 작은 도시에서 태동하게 된 것이 우연만은 아닌 듯 하다.

    이야기는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록을 좋아하는 훌트스프레드의 15세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친목단체인“록파티(Rockparty)”를 결성한다. 이들의 목표는 음악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연습할 공간을 찾아주는 것과 나아가 국내외 그룹들이 함께 하는 대형 콘서트를 조직하는 것이다. 이들은끈질긴 노력으로 “Klubben”에서 소규모의 록콘서트를 열게 되고 1986년 마침내 첫 야외공연인 “Rock City Hultsfred”(http://www.rockcity.se/frames.asp)를 개최하게 되었고 이것이 오늘날 스웨덴 최고의 록축제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축제의 성공보다 더 의외인 것은 무대의 막이 내려지고 캠핑용 텐트가 걷어진 후에도 이 도시가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다는 사실이다.

III. 퍼즐 프로젝트 -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지역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고무적인 이러한 현상은 당연히 자연적으로 조성된 것은 아니다. 바로 공적 지원이 기초가 된 ‘퍼즐 프로젝트’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1996년 록파티의 창시자와 이벤트행사조직전문가가 만나 음악 및 행사관련 중소기업의 창립을 장려하는 제도마련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같이하고 구체적으로 창업희망자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재정적으로 초기창업을 도와주는 체제를 마련하자는 데 동의한다. 이들은 학교교육이 아닌 보다 젊은이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흥미로운 시스템을 찾았고 이 야심을 구체화하기에 훌트스프레드는 이상적인 장소였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퍼즐 프로젝트’가 탄생하여 정부 및 지자체의 재정적 지원과 퍼즐 프로젝트 진행자들의 실질적 경험에 토대한 조언 등에 힘입어 음악 및 행사관련 기업이 하나 둘 창립하게 되었던 것이다. “Rock City Hultsfred”는 이제 단순한 축제를 넘어 음악, 정보통신, 영화 등에 종사하는 다수기업들이 행사가 열리는 이 도시에서 기회를 잡고 음악 및 공연 관련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 축제는 정규교육체제에도 영향을 미쳐 현재 훌트스프레드의 고등학교는 음악과 공연 관련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도의 중심도시에 위치한 칼마르 에콜에서는 2000년부터 관련분야 경영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IV. 록축제의 파급효과와 의의

    오늘날 훌트스프레드는 비단 록축제가 열리는 도시일뿐만 아니라 스웨덴에서 록이나 팝뮤직을 하는 이들에게 있어 꼭 거쳐가야 하는 명소가 되었다. 이미 이름이 알려진 유명그룹이든 언더그라운드이든 그 유명세와 무관하게 연습을 위해 혹은 앨범 녹음 작업을 위해 또 때로는 콘서트를 열기 위해 이 도시를 찾고 있다. 물론 이제는 ‘전설’의 반열에 오른 훌트스프레드의 명성이 음악적 영감을 이끌어내는 데 하나의 플러스 요인이 되어 많은 음악인들을 불러들이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모든 활동에 필요한 인프라 및 서비스를 이곳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까이 들여다보면 훌트스프레드의 록축제가 이처럼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비단 지자체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물론 지자체가 앞장서 독창적 생각을 지원하고 또 그것을 구체화하였지만 광역지자체, 국가, 나아가 유럽의 지원도 빼 놓을 수 없다.

    현재 록축제는 훌트스프레드 시가 위치한 스웨덴 남부해안지역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중요하게 다루는 사업이 되었으며 이 지역의 지방특산품이 되었다. (아래 도표 참조) 또한 록축제의 성공은 국제음악무대 분야에서 스웨덴의 명성에도 일조를 담당하였다. 실상 스웨덴 국가재정수입에서 음악은 전체 수출의 제3위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웨덴 정부는 훌트스프레드를 음악행사개최 분야의 수도로 만들기로 결정하고 음악 및 행사개최활동 전문 기업센터 설치를 원조했다. 한편 “Rock City Hultsfred” 기술 혁신을 위해 총 370만 유로의 자금이 투입되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백만 유로가 유럽 지역개발 차원, 즉 유럽지역개발기금(FEDER)으로부터 원조받은 것이다. 그외 160만 유로는 스웨덴 공적자금, 110만 유로는 사립자금에서 원조받고 있다. (담당 : SydSam/South Sweden European Office)

    이처럼 훌트스프레드의 예가 보여주듯이 지역행사의 유치는 행사유치의 정당성을 뒷받침 해주는 어떤 구체적 동기,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하며 특히 초기 행사의 성공 여부를 떠나 조직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공적 자금의 지속적 원조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쉬드스베리예(Sydsverige)지역

    훌트스프레드가 위치한 스웨덴 남부 발트해안 쉬드스베리예(Sydsverige)는 남부해안의 6개 도를 포함하는 면적 52,000 m2의 지구이며 스웨덴 전체인구의 1/4인 230만 명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말뫼(인구 25만 명) 외에 별다른 대도시는 없지만 국가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서 국내총생산에 있어 4번째 지구이다.

    지역경제는 국제적 명성을 가진 기업들(Ericsson, IKEA, Tetra Pak 등)과 자연경관과 문화적 자원을 중심으로 한 관광이 이끌어왔는데 오늘날 축제를 통한 관광 분야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연구분야와 관련된 경제활동이 새로운 고용창출과 번영의 근원이 되고 있는데 이곳에 위치한 3개 대학 및 7개 그랑제꼴을 중심으로 ‘과학파크’가 육성되었고 1983년 Lund에 세워진 Ideon의 경우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최초의 과학파크이다.

     이 지역 경제 활성화의 큰 뒷받침이 되는 것은 바로 민관학이 협력하여 연쇄상승 효과를 노리는 전통적인 파트너쉽이다. 또한 유럽연합의 활성화와 함께 이 지역은 유럽 5개 지역 (프랑스 알프스-마리팀, 핀란드 헬싱키, 이태리 토리노, 독일 베를린, 스웨덴 쉬드스베리예) 기업지원망인 ‘Highest ++’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이 지역은 2001년과 2002년 유럽공동체가 수여하는 혁신지역최고상(Award of Excellence for Innovative Regions)를 수상하기도 했다.

    쉬드스베리예는 발트해 입구라는 전략적 위치로 인해 오래 전부터 주위 이웃나라들과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이제 칼린그라드 등과의 협력관계을 넓히고 있어 앞으로의 발전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