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노키아(NOKIA)로 많이 알려진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는 1960년부터 더 이상 시내에 건축물을 신축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비키(Viikki)로 유도했다. 비키는 헬싱키 도심에서 서쪽으로 30여분 거리에 위치하며, 해안지역을 끼고 주변의 그린벨트 지구에 인접해있다.
이 곳 ‘비키 생태지구’에는 인구 1만7500명이 거주하는 실험적인 마을 에코-비키(Eco-Viikki)가 자리 잡고 있다.
중세 핀란드에서 가장 윤택한 땅으로 알려진 이곳에 헬싱키 시 정부는 '헬싱키 환경 아젠다 21 프로그램'에 의거해 환경 친화적인 주거복합도시를 실현한다는 목적으로 생태과학과 농업, 생태기술 등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국제연구센터와 함께 자연보존을 모토로 주거 복합도시를 구현한 것이다.
이곳의 주택 80%는 시와 정부가 소유해 개인에게 임대하는 임대주택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인위적으로 구현한 주거복합도시라서 상당히 계획적인 모습일 것이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자유스럽고 각각의 개성이 넘치는 건축물들이 많이 있다.
□ 자연과 조화되는 생태주거단지 ‘에코-비키’
헬싱키 중심부에서 북동쪽으로 8㎞ 떨어져 있는 에코-비키(Eco-Viikki)는 핀란드에서 최초로 건설된 생태주거단지이다. 친환경, 지속가능성과 같은 환경적 이슈가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던 1990년대 초에 계획된 에코-비키는 당시 대규모로 개발이 이루어지는 만큼 사회적으로도 큰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개발 지역 부근의 해안가를 따라 있는 자연보전지구 ‘비키-바한카우푼진라티’가 인접해 있어 환경보전주의자들 사이에서 개발에 대한 반대가 거세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고 핀란드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광범위한 환경영향평가에서 승인을 받게 되면서 핀란드 최초의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주거단지인 에코-비키가 탄생할 수 있었다. 에코-비키의 주거단지 개념은 향후 핀란드가 도시 계획을 수립할 때마다 건물들이 어떻게 지어져야 할지에 대한 기준을 제공하고 있다.
비키는 원래 헬싱키 근방의 농업 지대로 1931년 이래 헬싱키 대학의 연구시설로 이용되어 왔다. 농토와 대학의 연구시설이었던 이 지역은 1990년 생태주거단지에 대한 마스터 플랜이 수립된 이후 1994년 공모를 거쳐 ‘에코-비키’라는 생태주거단지로 탈바꿈한다. 현재 비키는 크게 과학공원과 주거단지인 에코-비키로 나눠진다. 과학공원에는 헬싱키 대학의 생명공학과, 임학과, 농학과, 수의학, 환경학과가 있다. 비키에는 2012년까지 1만7000명의 주거민과 6000명의 학생들이 거주할 것으로 예상되며, 6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1>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파란색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는 아파트 |
에코-비키에서 가장 눈에 먼저 띄는 것은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는 아파트이다<사진 1>.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와 비슷한데, 특이한 것은 베란다에 파란색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이 파란 색깔의 태양광 패널들은 아파트에 전력을 공급한다고 한다. 또한 난방공급을 위한 태양광 설비가 설치되어 있는 건물들도 볼 수가 있는데, 여기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들은 건물 난방공급의 10%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사진 2>. 태양열 외에도 난방과 관련하여 건물 위에 환풍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건물들도 있다. 환풍장치는 공기를 순환시켜 열 손실을 막아준다고 한다<사진 3>. 에코-비키의 건물들은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대부분이 남쪽을 향하고 있다.
<사진3>열 손실을 막아주는 환풍장치(건물 위) |
최신의 태양광 시설, 환풍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에코-비키 주거단지의 건물들은 외관이 전반적으로 소박하다. 이는 다른 유럽과 달리 화려한 건축물이 없는 소박한 핀란드의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군데군데 있는 공동 사우나 시설에서는 또 다른 핀란드의 문화를 엿볼 수가 있다<사진 4>.
에코-비키에서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은 저층 건물들이 모두 목조로 지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핀란드 천해의 자연환경인 산림을 이용한 것으로 주변의 자연환경을 이용하는 핀란드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가 있다. 비키 주거단지 내 목조 건물의 백미는 비키 교회이다. 포플러 나무로 지어진 비키 교회는 방부처리를 전혀 하지 않았지만 부패나 충해 등의 피해는 없다고 한다<사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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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5>방부처리 하지 않은 나무로 지어진 비키 교회 |
에코-비키는 ‘그린핑거(green finger)’라는 독특한 주거단지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린핑거는 주거 구역인 건물들이 모여 있고 손가락 모양처럼 주거 구
역 사이로 녹지가 관통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에코-비키 주거단지 사이의 녹지 공간을 일컫는다. 이 녹지 공간은 주민들의 쉼터, 산책로로 활용되고 있으며 일부 주민들은 텃밭을 가꾸기도 한다. 또한 그린핑거는 빗물을 저장하여 지하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펌프를 갖추고 있고, 배수시설은 친환경적으로 지어진 인공수로와 연결되어 있다. 그린핑거는 비키의 자연보전지구와 함께 에코-비키 녹지 공간의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에코-비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자연보전지구이다. 숲과 실개천이 어우러진 자연보전지구는 비키의 총 면적 1132㏊ 중 70%를 차지하며 다양한 종의 새들이 서식하고 있고 레크레이션을 위한 구역과 생태탐방로가 있다. 자연보전지구는 에코-비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으로 환경을 위해 태양광 발전과 같은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연을 파괴하기 전에 환경을 보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첨단기술을 통해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겠지만, 이에 따른 적절한 자연환경 보전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자연보전지구에서 미래의 주거단지는 첨단과 자연이 어우러진 모습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그림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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