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 운동 발상지 이탈리아 그레베 인 키안티

가. 그레베 인 키안티시 개황

유럽 슬로시티 운동의 발상지인 이탈리아의 '그레베 인 키안티(약칭 그레베)'는 조그만 시골 도시로써 인구는 1만여명에 불과하지만 제대로 된 휴가를 즐기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생태휴양도시로 정평이 나있는 곳이다.

그레베는 와인과 올리브의 도시이기도 하다. 그레베의 주산업은 해발 500~700m 산간에서 계단식 경작을 하는 포도원과 올리브 농장이다. 그레베의 전통산업인 포도와 올리브 그리고 스파게티 공장은 모두 가내수공업이다. 옛날방식으로 올리브기름을 짜고 스파게티를 만들며 포도주를 발효시키기에 생산 공정에서 공해나 쓰레기 발생이 적고 각종 첨가물도 없다. 그야말로 슬로푸드가 생산되는 것이다.

슬로시티 그레베에는 대형 승용차나 패스트푸드점 그리고 코카콜라 마크 등이 보이지 않는다. 청량 음료수나 인스턴트식품 자판기도 보기 힘들다. 이는 시가 거대자본의 패스트푸드나 대형쇼핑몰의 입점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지인에 대한 부동산 매매거래도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으며 시청광장 주변에는 지역에서 난 흙으로 만든 보도블록이 깔려있고, 쓰레기통도 흙을 구워 만든 테라코타 도자기로 만들어져 있다.

나. 슬로시티운동의 태동

슬로시티운동은 지난 99년 10월 그레베시와 인근의 오르비에토, 브라, 포시타노 등 작은 도시의 시장들이 모여 세계를 향해 '느리게 살자'고 호소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그레베시장으로 있던 파울로 사투르니니 씨가 마을사람들과 세계를 향해 패스트푸드에서 벗어나 지역요리의 맛과 향을 재발견하고 생산성 지상주의와 환경과 경관을 위협하는 바쁜 생활태도를 몰아내자고 강조하고 나섰던 것이다.

사실 슬로시티운동의 시작은 슬로푸드(Slow Food)운동의 연장선에 나왔다. 슬로시티운동은 '먹을거리야말로 인간 삶의 총체적 부분'이라는 판단에서 우선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찾고 도시 전체의 문화를 바꾸자는 운동으로 확대된 것이다. 지난 86년 이탈리아 로마에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맥도널드 햄버거가 진출해 이탈리아 전통음식을 위협하자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도시 브라에서 시작된 것이 슬로푸드운동이다. 슬로푸드의 심벌은 느림을 상징하는 '달팽이'이다. 이러한 슬로푸드 운동이 슬로시티 운동으로 이어져 현재 슬로시티운동은 지금은 이탈리아에서만 60여 개 도시가 동참하고 있는 등 세계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다. 슬로시티운동의 7가지 기본규정

슬로시티는 '7가지 기본규정'을 토대로 지역풍토와 여건에 맞게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슬로시티의 적정 규모는 5만 명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대도시의 경우 기초지자체 수준으로 낮춰 구나 동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슬로시티연합 관계자들은 조언한다.

슬로시티운동의 기본정책을 살펴보면 자전거 이용하기, 소음 제거, 보행자구역의 확대 등 전반적으로 시민생활의 속도를 늦추는 반면 여유 공간과 시간을 확대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7가지 기본 규정을 통해 각 지역이 갖고 있는 정체성을 발굴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첫째, 슬로시티운동은 영토와 도시의 특성을 유지 발전시키는 환경정책을 추진한다. 둘째, 땅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땅에 대한 소유나 점유의 의미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유도한다. 셋째, 환경과 도시의 질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기술을 활용한다. 넷째, 자연친화적 기술로 얻어진 식품의 생산과 활용을 장려한다. 다섯째, 문화와 전통과 접목된 토속생산품을 보호한다. 여섯째, 공동체와의 실질적인 연결을 통해 인적 교류와 접촉을 장려한다. 일곱째, 공동체 시민들 사이에 슬로시티에서의 삶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고 취향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청소년과 이들의 교육환경에 대해 관심을 쏟는다.

라. 슬로우시티 운동의 시사점

슬로시티 그레베는 자연과 먹을거리, 전통적 산업의 계승 그리고 그레베의 명인들이 있기에 그레베의 정체성을 알려 인구 1만여 명의 작은 도시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30~40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나라는 느린 것은 나쁜 것으로 인식됐다. 지역발전이라는 명분아래 전국토의 탈정체성화, 탈농어촌화로 잘못된 대도시화의 전철을 밟아왔다. 국토 어디 한곳 성한 곳이 없이 난개발을 해왔다. 이러한데서 그레베의 슬로시티운동은 무역개방에 따른 농어촌문제와 지역 환경문제 그리고 새로운 생태관광지로의 모색 등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Marco Hagge시장

참고자료 

1. 세계도시 라이브러리 (김해창) 2. Wikipedia

3. 홈페이지  http://www.comune.greve-in-chianti.fi.it/ps/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