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아라공 지방에 위치한 아과비바(Aguaviva)는 주민의 대부분이 가축업과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형적 농촌 마을이다. 오래 전부터 이곳의 주민들은 가축을 기르거나 올리브, 아몬드, 과일 등을 재배하며 생활해 왔다. 그러나 다른 많은 스페인 농촌들과 다를 바 없이 아과비바도 인구의 노령화와 출산율의 심각한 감소, 활동인구의 도시이주 등으로 인해 2000년에만 해도 쇠퇴일로에 있었다.
당시 아과비바의 인구는 400명 정도, 초등학교 학생수가 겨우 30여명이었으며 농토는 돌볼 사람이 없어 유기되고 버려진 집들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었다.
이처럼 마을의 사멸에 직면한 아과비바 시장은 인구의 감소를 막을 뿐만 아니라 증가시키는 한 가지 방편을 생각해 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의도적 이민정책에 관한 것이다. 먼저 그는 선별한 몇몇 나라를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작은 광고를 낸다.
"스페인의 작은 농촌마을에서 이민 희망 가족을 모집합니다"
이때 시장이 내건 조건은 다음 두 가지로서 1) 만 6세~12세 이하의 자녀 2명 이상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2) 최소 5년이상 마을에 거주하겠다는 약속이 그것이다. 그대신 심사를 통과하는 이주자들에게 코뮌이 주거할 집과 일거리를 제공할 것을 약속한다. 이 광고는 곧 아르헨티나, 루마니아, 우루과이, 에과토르 등지에서 일자리의 부족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여러 가족들을 스페인의 작은 마을로 불러들이게 되는데 이들의 전직을 살펴보면 노동자, 농부, 상인, 장인, 사무직원 등 매우 다양하다.
그로부터 채 4년이 못되어 아과비바의 인구는 700명으로 불어났고 마을의 삶도 이와 함께 차츰 활기를 되찾기 시작한다. 학교에는 생기가 돌고 기존 주민들과 새로 이주한 이민자들 간의 동거생활은 서로에게 희망을 심어주게 된다.
이러한 이민정책의 성공은 현 유럽이 처한 이민자 문제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성공은 우연히 찾아든 것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시장을 주축으로 한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인구감소방지연합"의 심사숙고와 선별적 이민정책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정책의 성공은 위 두가지가 맞물려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아과비바는 이민대상자를 모집함에 있어 문화적 유사성, 스페인어사용 국가, 스페인 조상을 가진 이주자, 습득 기술,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던 것이다. 문화적 종교적 이상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이주민들의 동화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아과비바의 시장은 이러한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난 11월 24일 프·독합작 문화 채널인 아르테 방송은 저녁 시간대에 아과비바의 이민정책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내보냈다. 이민의 동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카메라 앞에 선 이민자들은 일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이주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밝히면서 비록 정착에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으나 기본 생활의 문제가 해결되어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현재의 삶에 대해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개중에는 물론 스페인 시골 마을의 생활에 동화되지 못하고 실망한 경우도 있지만 전체를 놓고 볼 때 아과비바의 이민정책은 인구의 증가, 경제의 활성화 등 많은 긍정적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코뮌, 나아가 마을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민을 독려하고 장려한 덕분에 쇠퇴 기로에 있던 아과비바는 마을의 새로운 구성원, 새로운 세포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아과비바의 이민정책의 성공적 실현은 현재 스페인을 비롯하여 유럽에서 큰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이민문제에 대한 개인주의적이고 자폐적 성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