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도시회복 주민운동 성공사례
(2014.5.7.)
샌프란시스코는 지질학적으로 단층대 위에 있어 모든 시민들은 언젠가 지진이 도시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호지(Hodge) 씨는 지진이 두렵지 않다.
호지는 위기가 닥쳤을 때 그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1989년 지진이 샌프란시스코 만 지역에 발생했을 때 그는 만 지역 건너편 프레먼트(Fremont)라는 도시에 있는 Kmart 가게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호지는 당시 지진 발생 후 자기 가게가 가장 먼저 다시 문을 열어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2년 반이 지난 후 호지는 콤프턴(Compton)이라는 도시에 있는 또다른 Kmart에서 일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로 이사를 갔다. 1992년 LA에서 흑인을 폭행한 경관이 무죄로 풀려나자 폭동이 일어났을 때 그의 가게는 근처에서 약탈을 당하지 않은 몇몇 가게 중 하나였다. 연방방위군이 그곳을 지휘센터로 사용을 했다.
“저는 이와 같은 상황들을 오래 동안 겪어 왔습니다”라고 호지는 말했다. 소매점의 매니저로서 그는 모든 것을 준비해야만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소방관인 아내의 조언을 받아 몇 년 간 재난대응요령을 터득했다.
호지는 은퇴 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Providence Baptist Church에서 사무장으로 일하며 그의 재난대응요령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 교회는 베이뷰(Bayview)라고 불리는 지역의 주민센터라고 할 수 있다. 한때 조선소로 알려졌던 이 지역은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 다른 지역보다 저소득층이 많이 살고 실업률이 높다. 지역주민의 1/3이 외국출신이고, 1/3이 흑인들이다. “저희 교회는 24시간 운영합니다”고 호지는 말했다. 그와 교회 직원들은 매일 방과후교실을 운영하고,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주민들에게 무료 석식을 제공하며, 매주 목요일에는 음식 배급소를 운영한다. 매일 밤 교회 체육관은 125명의 노숙자들이 잘 수 있는 숙소가 된다.
미국 교회들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 정말 이례적인 것은 이 교회가 재난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미국 적십자와 지역의 비영리단체들이 찾아와 신자들에게 재난대응교육을 실시하고, 교회 직원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호지는 위기 발생 시 지역의 통제센터와 교신할 수 있는 무전기를 갖추고 있다. 호지는 그의 사무실에 재난시 행동요령, 지역의 핵심 자원봉사자 연락처, 비상물품과 식수 확보 위치를 표기한 지역지도 등을 포함한 ‘재난대응 바인더’를 비치하고 있다.
교회 건물은 진도 8.0의 지진을 견딜 수 있다. 만약 지진이 생긴다면 교회는 평소보다 훨씬 주민센터로서의 기능이 강해진다. 교회는 적십자 및 지역 전기회사와 협력하여 음식, 의약품, 연료, 비상발전기 등의 비상물자를 교회건물과 인접해 있는 노인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비치해놓고 있다. 정전이 될 경우 비상발전기를 이용해 최대 5일까지 교회를 운영하며 급식소로서 주민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제공할 수 있다. “주민들이 집에서 기거하며 안전을 느끼고 평상시처럼 행동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고 호지는 설명했다.
유행어 정의
위 교회의 다양한 노력과 같은 주민들의 자발적 활동을 ‘회복력(resilience)’이라고 하는데, 최근 전세계적으로 지방정부, 시민사회단체, 비정부단체 그리고 민간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용어다. 그러나 이 용어는 여전히 여러 사람들이 여러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Bay Area에서 사람들은 이 말이 지진과 연관지어 “큰 지진(The Big One)”를 대비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샌프란시스코는 1906년과 1989년에 지진이 발생하여 큰 피해를 입었다). 다른 사람들은 기후변화와 연결 지어 해수면 상승이나 지금 캘리포니아가 3년째 겪고 있는 장기적인 가뭄에 대응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resilience를 위기 시 지역사회를 강하게 만들고, 경제적 기회를 늘리고, 범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이 말이 집값 폭락, 주식시장 붕괴, 그리고 다른 형태의 경제적 충격을 예방하기 위한 지역경제의 다양화라고 이해하고 있다.
Bay Area는 넓은 대도시권 지역에서 위와 같은 다양한 의미의 회복력이 가능한지 시험하는 중요한 지역이다. Bay Area의 4개 도시(Alameda, Berkeley, Oakland, and San Francisco)는 록펠러재단이 전개하고 있는 ‘백 년의 도전, 세계 100대 회복 도시’ 프로그램 중 1차로 33개 도시에 선정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록펠러재단은 선정된 도시들이 회복력 계획을 마련하고, ‘회복책임자(Chief Resilience Officer)’를 임명하여 시정부 안에 회복시책이 실천될 수 있도록 재정적 보조와 지원을 하게 된다.
Bay Area 인근도시들이 선정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진 위험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계획 수립이 수년째 진행되고 있다. ‘Bay Area 공동정책위원회’가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Bay Area 주변 40개 이상의 도시들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환경 실천계획을 수립하였고, 도시 회복력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들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버클리와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한 일부 도시들은 기후변화 위기를 도시의 재난 완화 계획과 통합하는 추가조치까지 취했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 전문가들은 정책결정자들이 resilience를 쉽게 의미할 수 있는 일반적인 표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4월 샌프란시스코시는 세계 도시 중 최초로 도시회복 책임자(Chief Resilience Officer) 직위를 신설하고 패트릭 오탤리니(Patrick Otellini)를 임명했다. 그는 “resilience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용어다. 어떤 면에서 보면 resilience는 정말 정의하기 힘든 모든 의미를 포괄하는 표현이 된다. 그것은 단순한 지속가능성도 아니고, 지진에 대한 안전도 아니고, 에너지 효율성도 아니다. 그것은 이 모든 것들이 융합해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루이지에나에서 얻은 교훈
Bayview는 위와 같은 도시 회복력의 정의가 어떻게 실천되는지 관찰하기 좋은 지역이다. 지진이 이 지역의 가장 근원적인 위험요소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2천 마일 떨어진 곳을 덮친 허리케인이 자발적인 주민운동의 요인이라고 본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후 호지의 교회는 재난대응을 준비하게 되었다. 뉴올리언스에는 많은 신자들의 부동산이 있었고 가족들이 폭풍과 침수의 피해를 입었다.
카트리나는 또한 샌프란시스코 시의 지역사회 회복관련 책임자인 대니엘 홈지(Daniel Homsey)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카트리나 피해 후 홈지는 뉴올리언스를 찾아가 피해상황을 둘러보고 구호활동을 펼친 후 교훈을 가지고 돌아왔다. 홈지는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의 상당부분은 예방이 가능했다고 확신했다. 그는 ‘카트리나는 인재’였다고 말했다. “어느 누구도 죽지 않았어야 했고, 어느 누구도 그들의 집을 잃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저는 모든 것이 매우 잘못된 의사결정, 잘못된 재난대응 기획, 그리고 부패한 사회적 자본의 연속된 결과였다고 봅니다”고 그는 피력했다.
홈지는 하버드대의 토마스 우튼 교수가 ‘카트리나 피해 후 뉴올리언스의 어느 지역이 가장 먼저 회복했는지’ 조사한 연구보고서에 대해 언급했다. “교육이 높은 지역도 아니었고, 소득이 많은 지역도 아니었어요. 매일매일 지역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 지역이었습니다”고 그는 설명했다.
홈지는 ‘(재난 대응을 위해) 빌딩을 튼튼하게 하고 하수도 개량을 위해 투자해야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일상적으로 지역주민들의 복구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와 같은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시 재정을 투입하여 Neighborhood Empowerment Network (NEN)라는 민관협력체를 만들었다. 그는 시정부가 주민들과 상호협력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믿었다. “주민들이 시정부보다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고,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잘 압니다”고 NEN의 설립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홈지는 새로운 정책을 과거와는 다르게 추진하기로 했다. 사후대처가 아니라 사전예방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주민들이 지역사회의 목표(Bayview의 경우 재난예방과 복구역량)를 설정하도록 했고, NEN은 해당 지역사회가 목표들을 설정하고 그것들을 달성해 나가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한다.
Bayview 지역의 이와 같은 대책 수립은 ‘베이뷰 회복사업(Resilient Bayview)’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 사업은 지역주민 위주의 기획 활동으로 지역사회 지도자들과 시정부가 협동하여 Resilience Action Plan(회복 실천계획)을 만들고 추진해 나가는 것이다. 4개의 소위원회(어린이 거주 가구, 장애 노인 가구, 이민 가구, 소상공인 및 비영리단체)가 매달 회의를 개최한다. 홈지가 참여하고 있는 조정위원회는 이 행동계획의 적용을 관리한다.
위원회 모임에서는 현존하는 위협에 대해 다소 안이한 대응이 얘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홈지가 역설한 것처럼 평상 시 이와 같은 토의를 한다는 것은 실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지역사회의 회복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우리는 시정부와 지역사회, 비영리단체들과 유관기관 간의 협력관계를 강화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협력체계가 도움을 주는 사람들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간의 완전한 신뢰와 호혜라는 것을 확신시켜야 하고요”라고 홈지는 설명했다.
위기 발생 시 자력 생존
호지와 다른 지역 지도자들이 위와 같은 토론을 통해 얻은 한 가지 결론은 재난 발생 시 외부의 지원이 수일 동안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소한 3~5일 동안은 외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어요” 홈지는 Bayview 회복사업 참여 지역인사와의 모임 때의 얘기를 떠올렸다. “노인들은 재난 발생 후 몇 시간 내에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주민)밖에는 도움을 줄 수가 없어요”라고 그는 덧붙였다.
Bayview 회복사업의 어느 초기 회의에서 호지는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난대비계획에 대해 많은 토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연방정부의 계획은 도시를 대피하는 것이지만 우리 계획은 도시에 머무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다른 데로 탈출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들이 평상 시에 함께 일한다면 대참사 중에도 우리 주민들끼리 함께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고 역설했다. 대규모 대비와 관련하여 호지는 뉴올리언스의 사례를 통해 또다른 한 가지 교훈을 얻었는데, 그것은 그렇게 도시를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주민들이 나중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Bayview 지역의 독립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NEN은 Providence Baptist Church에 지역지원센터를 설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홈지는 “이 센터는 위기가 터지자마자 작동해서 지역사회에 의해 움직이고 지역사회를 위해 활동하게 됩니다. 인근지역 주민들의 대피, 의료지원, 식수 공급 등 지원이 필요한 문제들을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하는 조직이 되는 것이죠”라고 설명했다.
초기 Bayview 회복사업의 대부분은 노인들과 장애인 등 가장 취약한 지역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재난 발생 후 일반주민들이 가정에서 계속 머문다고 한다면, 이 주민계층들은 필요 시 대피하는 방법을 교육 받았다. 많은 주민들이 조제약, 현금, 가족과 친구의 전화번호 등이 밀봉된 비상용 플라스틱 세트를 지급 받았다. 그리고 신속한 탐색 및 구조활동을 돕기 위해 현관문 표지판도 받았다. 이 문고리 표지판의 한 쪽면에는 빨간 색 글씨로 “도움 필요”라고 써져 있고, 다른 한 쪽에는 초록 색 글씨로 “무사히 대피”라고 씌여 있다.
Bayview 지역에서 자영업을 하는 댄 도트는 노인들이 거주하는 주택의 내진 보강사업을 일자리로 만드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의 Bayview Bolters라는 사업을 통해 지역빌딩노조에서 위험한 환경에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노인가구 주택의 내진작업을 할 수 있는 기술교육을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이 청소년 노무자들의 임금은 정부의 인력개발 보조금으로 지급을 하면 된다. “일석이조가 아닌가요? 노인들을 보호하고, 주택을 개량하며,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 기술교육을 시켜주고 일자리도 만들고. 이 지역에서 100년 동안 계속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홈지는 강조했다.
이와 같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베이뷰 회복사업 참여단체 및 기관들의 자유스러운 의견 교환에서 얻은 성과이다. 홈지는 “주민들이 우리가 정말 대답하기 힘든 여러 가지 어려운 질문들을 던지고 있습니다. 지역주민들이 시정부의 위기관리 및 예방정책의 순위를 바꾸고 있어요. 왜냐하면 시 최초로 시 관계공무원이 관여하고,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지역주민단체를 결성해서 우리가 정말 일할 부분에 대해 분명하고 정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호지 또한 그와 지역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만나 대화를 하고 계획을 만들고 협력관계를 맺어 온 지난 긴 시간들이 성공적이라고 믿는다. “재난예방이라는 것이 우리 모두가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그렇다고 많은 돈을 써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들은 예방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참여하는 이유고요”라고 호지는 강하게 말했다.
* 출처 : citisc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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