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지난20년 동안 지방자치에 많은 발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역량은 권력 및 행정 구조적 차원에서 많은 제약과 한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광역자치단체의 인적역량은 수많은 업무를 수행하기에 부족하며, 조직역량은 자율성에 제약을 받고 있으며, 재정역량은 중앙의존도가 높고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재정교부의 책임까지 있어 자율성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역자치단체에 대한 자치역량 강화에 대하여는 아직도 논의의 가닥이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다.


1. 광역자치단체 자치역량 강화의 필요성

프랑스는 광역자치단체의 역할을 일찍이 인식하고 이미 80년대부터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였으며, 그 근저에는 광역정부의 경쟁력 확보라는 목적이 자리 잡고 있다. 자치역량을 강화하기보다는 기능의 효율적 배분과 집행을 위하여 자치단체의 재편을 논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접근의 철학과 방법이 다르다고 하겠다. 여기서는 과거 우리나라와 같이 중앙집권적 국가였던 프랑스가 광역자치단체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2. 프랑스의 광역자치단체 자치역량 강화 노력

프랑스는 1970년대까지 중앙집권적 국가였으나, 1980년대 들어서면서 지방자치에 관한 법을 만들고, 2000년대에는 헌법을 개정하여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화하였으며, 2010년대에 들어와서는 지방자치단체 개혁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광역자치단체인 데파트망(도) 및 레지용 간의 통합을 유도하고 있다.
프랑스의 광역자치단체는 제4공화국 이래 지역정부의 법적 성격은 점진적인 발전과정을 거치게 되었으나, 지방정부로서의 법적 성격의 결여, 중앙정부 통제권의 존속, 지방정부 구성에 관련한 직접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결여 등으로 민주적 지역정부라고 규정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이와 같은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발전된 지방자치를 위하여, 1982년 3월 2일 「코뮨, 데파트망, 레지용의 자유와 권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레지용(region)을 기존의 코뮨과 도에 추가하여 자치행정의 기본단위로 확정하였다. 이로서 레지용은 EU 법의 범위 내에서 기업보조를 통한 경제개발, 직업훈련, 사회ㆍ문화, 건강증진 등의 책무 등 다양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그 후 프랑스는 1983년의「중앙-지방간 사무배분법」, 1985년 「레지용 기관구성을 위한 조직법」, 1986년「겸직제도 금지법」, 1999년 「레지용 의회 선거 개정법」등을 통하여 지방분권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중앙으로부터 지방으로의 권한이양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국가개조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반영하여, 헌법의 개정을 통한 국가의 행ㆍ재정적 권한을 도와 레지용에 실질적으로 이양하게 된다. 2003년 3월 17일 수정된 헌법조항은 총 10개 조로써 지방정부에 대한 권한이양과 지방정부의 실험적 권한 집행을 보장하기 위한 내용을 중심으로 개정되었는데, 2003년의「헌법」개정은 분권의 제도적 장치 법률에 의해 규정하였던 한계를 극복하고 헌법에 명시하였다는 데에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 특히, 행·재정에 관한 자율성을 강화하여,「헌법」 제72-2조에 지방자치단체는 그 차원에서 가장 잘 시행될 수 있는 소관사항에 대한 전반적 권한을 결정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과세표준과 세율을 정할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간의 평등을 촉진하기 위하여 재정조정 조치도 시행할 수 있다는 근거도 마련하여 놓았다.
2013년에 오면, 프랑스는 지방자치단체가 너무 작게 구성되어 생기는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한 지방분권개혁을 추진하게 된다. 이를 위하여 올랑드 정부는 지방자치를 총괄하던 내무부를 개편하여 새로운 중앙부처로서 '국가개혁ㆍ지방분권ㆍ공무원부'로 재조직화 하고, 지방재정력을 보다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였으며, 2014년 5월 레지옹의 수를 11~12개로 줄이고 도를 폐지하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도의 폐지는 헌법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못하였지만, 2014년 말 의회는 레지옹의 수를 기존의 22개로부터 2016년부터 13개로 줄이는 법률안을 통화시켰으며, 2015년 5월 현재 레지옹의 권한을 강화하고 도의 권한을 축소하는 법률안을 심의 중이다. 또한 2015년부터 광역도시인 메트로폴의 수가 기존 1개에서 12개로, 2016년부터는 14개로 늘어나게 된다. 메트로폴은 행정적 경계를 초월하여 도시의 기능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대도시권 내 다수의 코뮌 간 협력을 위한 공시설법인으로서 지방자치단체기본법에 의거 규정된 권한을 국가, 레종 및 도로부터 자동적으로 위임받아 행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도시권 내에 있는 도와 대도시공동체의 통합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3. 프랑스의 시사점

프랑스가 광역자치단체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실시한 헌법 및 법률 개정과 행ㆍ재정적 권한 부여가 갖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1982년 프랑스 지방분권 개혁은 과거에 존재하였던 시ㆍ도라는 지방행정단위는 그 영역이 협소하고, 전후의 사회적?경제적 변동에 영향을 주고 효과적으로 지방행정을 수행할 수 없으므로 보다 광역화된 지역정부 수준의 경제?행정 단위가 필요했는데, 이 광역행정 단위가 바로 레지용이었다는 점이다.
둘째, 기초자치단체 간의 협력을 통하여 광역행정의 문제를 풀 경우, 그러한 조직의 주민 대표성이 문제시 되며, 주민에 대한 대응성이나 책임성이 증진되었다는 증거가 없고, '90년대 중반 기업가정부에 대한 반감도 증대되어, 보다 책임 있는 지방정부의 형태가 필요하여 광역자치단체의 역량을 강화하였다는 점이다.
셋째, 글로벌화 된 세계 경제체제 속에서 살아남고 지역 간 경쟁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광역자치단체의 정책결정 능력이 날로 증대되어 가고 있어, 광역자치단체의 자치권 신장, 자치재정권 확충, 광역자치단체 중심의 지역경쟁력 제고 노력, 인력의 전문성 확보 등 제반 요건을 강화하였다는 점이다.
넷째, 프랑스는 분권제의 제도적 장치와 관련된 지방자치법이 법률에 의해 규정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헌법에 자치권에 관한 내용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였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기초자치단체의 규모가 크며 종합행정을 지향하여 기초자치단체들이 많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유럽적 관점에서는 이미 광역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추가적인 기초의 광역화의 논리는 우리 현실에서는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향후 보다 주민에 대한 책임성과 대표성이 강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도록 광역자치단체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고, 현재보다 자치권을 헌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