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방협력회의법과 시행령 제정되어 1월 13일에 시행될 예정이다. 머지않아 역사적인 제1회 회의도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그동안 ‘제2국무회의’로 지칭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표현이 국민들이 회의체를 보다 쉽게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중앙지방협력회의와 국무회의의 비교를 통해 왜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제2국무회의가 되어서는 안 되는지를 살펴본다.1)
김수연 /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분권제도연구부장
통상 국무회의는 의원내각제에서의 회의체로, 행정권을 책임지는 수상에 의해 실질적으로 구성되는 내각의 회의체라고 할 수 있다. 의원내각제에서의 국무회의는 국가운영의 핵심적 요소이고, 국무회의의 의결은 매우 강력한 무기이며, 수상은 의결에 따라 국정을 운영한다.
그에 반해 대통령제에서의 국무회의는 국정의 책임자인 대통령에 대한 자문기구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통상 의결기구로서의 기능이나 성격을 가지지 않고, 대통령은 국무회의 결과에 따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책임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가미한 통치구조를 취하고 있는바, 대표적인 예가 국무회의이다. 즉 우리나라의 국무회의는 의결기구와 자문기구의 중간적 지위로 헌법 제88조, 제89조에서는 심의기구라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국무회의는 특정한 소관업무에 한정되지 않고, 국정 전반에 걸쳐 국정운영을 담당하는 구성원인 국무위원의 회의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제 권력구조 하에서는 행정부 내부에서 대통령의 보좌기구로 중앙행정부 내부에서의 의견 수렴 및 견제와 보좌 기능을 담당한다. 의원내각제에서라면 보좌기능보다는 정책결정의 핵심적 주체인 의결기구로서 운용되면서, 대통령이나 수상에 대한 보좌기능이 아니라 견제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국무회의는 단일화되어 있어, 이른바 ‘제2국무회의’라는 이름으로 설치·운영되는 회의체는 세계 입법례가 거의 없다.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제2국무회의’로 지칭하거나 국무회의에 준하여 회의를 운영하고자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양자의 차이점에서 부적절하다.
첫째, 중앙지방협력회의와 국무회의는 민주적 정당성에서 차이가 있다. 국무회의는 대통령의 보좌기관으로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는 사람들이 국무위원으로서 구성된다. 하지만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일부 중앙정부의 장을 제외하고, 주된 구성원은 시·도지사와 지방협의체의 장이다. 이들은 국민(주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자들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는 국무위원과는 민주적 정당성에서 큰 차이를 가진다. 따라서 중앙지방협력회의를 단순히 국무회의의 연장선 내지 동일한 정체성을 갖는 회의체로 보아서는 안 된다.
둘째, 회의체의 목적에서 차이가 있다. 국무회의는 대통령의 보좌기구로서 중앙행정부 내부 의견 수렴 및 견제와 보좌 기능을 담당한다.
그러나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입법목적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등하고 협력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지방자치 발전과 지역 간 균형발전 정책의 효과를 제고하는 것에 있다. 즉 대통령의 보좌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대등한 관계를 설정하고, 양자의 협력과 이를 통한 정책의 효과를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목적에서 보면 양 기관의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국무회의는 보좌 기능이 핵심이고, 견제 기능은 실질적으로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중앙지방협력회의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정부의 권력에 대한 견제 기능이 보다 강조될 수 있다. 특히, 중앙지방협력회의의 구성원에 주민의 직선에 의한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의회의 장이 포함되는 바, 언제든지 이들은 여당과 야당이 모두 포함될 수 있는 구조이므로, 중앙정부 권력에 대한 견제적 작용 측면에서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통치구조 원리상 대통령제는 권력의 분립과 동시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용하여야만 권력의 독점을 막을 수 있다. 시‧도지사와의 회의체를 통해 그에 따라 국가운영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용하게 하는 중요한 기제가 될 수 있다.
셋째,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인구비례 단원제 국회에서 나타나는 지역대표성의 약화를 보완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이는 엄격한 권력의 분립과 견제를 기반한 대통령제의 국무회의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중앙지방협력회의에는 전국 17개 광역지방정부의 대표인 시‧도지사와 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 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장이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지방의 입장과 의견을 모두 대변할 수 있는 인적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현재의 국무회의는 그 구성원인 국무위원의 임명권한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보좌기능은 충실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견제기능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주민의 직선에 의해 선출되는 시‧도지사들과 지방협의체의 대표들이 중심 구성원이 되는 것이므로 현행 국무회의와는 달리 보좌적 기능보다는 견제적 기능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하게 될 것이다. 현 국무회의에 더하여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신설하게 되면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의 국가운영을 보좌하면서 동시에 견제하는 양 날개의 균형을 갖추게 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국무회의와 중앙지방협력회의는 민주적 정당성에서, 회의체의 목적에서 그리고 국정에서의 지역대표성을 보완하는 기능 측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제2국무회의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고 본다.
그런데 정부가 최근에 제정한 「중앙지방협력회의법」의 시행령에서 중앙지방협력회의를 국무회의와 유사하게 보고, 그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 그러나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실질적으로 논의하고 합의를 이뤄가는 협의체의 성격을 가진다. 이는 대화와 타협, 의제에 대한 숙고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한 합의를 이뤄가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사전에 중앙부처와 지방대표가 모두 동의하는 안에 대해서만 협력회의에 상정하고 형식적으로 통과시킬 것이 아니라, 서로 의견이 다른 의안에 대해서도 같이 토론하고, 설득하는 과정 그리고 정치적 대타협을 이뤄가는 과정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회의의 효율적인 운영보다 회의가 가지는 무게감과 중장기 국가정책에 관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숙고의 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지방협력회의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방정부의 위상을 제고하고, 정책의 결정과 집행의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하며, 국가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수준이 아니라 필수적인 그리고 대등한 결정력을 가진 주체로서 기능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지방분권국가의 구현에 있다.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신설하여 운영하는 것은 결국 국가운영 방식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다. 즉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중앙정부에 의한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정책결정의 시스템이 아니라, 지방의 의견을 수렴하여 협의에 의해 정책을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민주주의 이념에 가장 잘 부합하는 모습으로, 정책결정에 있어서 하향식 의사결정 방식에서 상향식 내지 합의제 의사결정 방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로써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단순 집행기관 내지 하부기관이 아니라 정책결정과 집행 파트너의 기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1) 이 글은 필자가 한국지방자치법학회 학술대회(2021.12.17.)에서 발표한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의미와 성공적 운영을 위한 과제” 발표문의 일부를 수정‧보완하여 작성한 것임을 밝힌다.